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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의원 발언대] 같은 곳을 나란히 함께 바라보는 것

  • 작성자
    인천일보(총무담당관)
    작성일
    2020년 9월 3일(목)
  • 조회수
    776

 

[인천시의원 발언대] 같은 곳을 나란히 함께 바라보는 것

  • 승인 2020.09.03


 
 

 

두 가지 우화가 있다. 하나는 이외수 선생의 산문집에 나오는 이야기다. 출장을 간 흑인 회사원 톰슨씨는 일요일 예배를 보려고 출장지에 있는 교회를 찾았다.

그러나 그는 출입문에서 저지당해 예배에 참석할 수 없었다. 그곳은 백인 전용 교회였기 때문이다. 예배 시간이 되자 교회 문은 닫히고, 안에선 백인들의 찬송가 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졌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그 겨울에 톰슨씨는 홀로 땅바닥에 주저앉아 울었다. 그때였다. 예수님이 톰슨씨 앞에 나타났다.

“그대는 왜 땅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가?” 예수님이 물었다. “백인 전용 교회라는 이유로 출입을 저지당했기 때문에 너무나 슬퍼서 울고 있었나이다.” 톰슨씨가 대답했다. 그러자 예수님이 부드러운 손길로 톰슨씨의 등을 어루만지며 이렇게 말했다. “울지 말라. 이 교회가 생긴 지 백 년이 넘었지만, 나 역시 아직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느니라.”

또 하나는 어느 사찰의 이야기다. 관세음보살님을 주불로 모시기 위해 스님들과 신도들이 천 일 동안 기도를 드렸다. 마침내 천일이 되는 날, 불단에 화려한 관세음보살상을 모시고 큰스님 법문이 시작됐다. 수많은 신도들로 발 디딜 틈 없는 법당이었지만 엄숙하고 조용했다.

그때 법당 뒷문이 열리고 남루한 차림의 냄새 나는 노파가 불단을 향해 신도들을 비집고 가기 시작했다. 신도들은 노파를 나무라기 시작했고, 마침내 노파는 밖으로 쫓겨나고 말았다. 신도들에게 떠밀려 사찰을 떠나게 된 노파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천일 동안 그렇게 나를 불러서 찾아왔더니, 내 꼴만 보고는 이렇게 쫓아내는구나.”

우리 사회 대다수 종교는 빛과 소금의 역할, 자비와 같이 종교의 본질을 실천하고 있다. 그럼에도 두 우화는 종교의 본질인 차별 없는 사랑과 깨달음을 놓친 채 대상의 외현만 중요시한 어리석음을 보여준다.

본질을 잊은, 형식과 외현에 대한 치중은 대상에 대한 차별과 분별심을 가지게 하며, 이는 많은 오류를 범하게 한다. 이 차별과 분별심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염려하는 우리에게 크나큰 위협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이웃에 대한 피해뿐 아니라 스스로를 고통의 길로 가게 할 수 있는, 감염병 예방과 개인 방역의 원칙을 저버린 결과를 여실히 보고 있다. 이는 나와 남을 분별하고, 다르다고 차별하는 어리석음이 만든 결과이다.

하루가 긴장되고 불안한 나날이다. 더욱 두려운 것은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가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여러 이유는 있겠지만 감염병 확산 시기에 시민에게는 집단의 이기로 비칠 수 있는 의료계의 집단 진료 거부와 휴진도 걱정이다.

대부분의 지혜로운 시민은 감염병 종식을 위해 정말 잘 참아주시고 있다. 불편했던 마스크도 이젠 당연히 착용하는 것이 예의가 됐다. 혼자 있을 때는 잠시 내려뒀다가도 상대가 오면 곧바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모습이 익숙해지고 있다.

앞으로는 공공성이 더욱 강조되는 시대에서 살아갈 것이다. 공공성은 의료·복지·문화 등 모든 생활 속에서 안전과 행복을 우선으로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신영복 선생은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라고 하셨고, 우리는 비로소 그 말씀을 실천하고 있다. 마주보는 것에 익숙했던 우리가 나란히 거리를 두고, 같이 앞을 보고 앉아야 공공을 위한 선이 된다는 것을 알아채는 시간이 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

부족한 환경의 공공의료체계에도 반년 넘게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과, 과잉 대응해서라도 안전을 지켜내기 위해 한발 앞선 대책을 시행하는 인천시가 있다. 우리 또한 평범한 일상을 접고 모든 곳에서 최선의 방법으로 최소한의 접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분별과 차별을 넘어 본질을 바라보는 공공성, 이것이 나와 이웃을 지켜내는 길이라는 것을 잘 아는 지혜로운 시민이 있기에 마침내 이 위기를 이겨내리라 확신한다.

 

/김성준 문화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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