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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실에서] 반드시 지워야 하는 잿빛 그림자, 직장 내 괴롭힘

  • 작성자
    중부일보(총무담당관)
    작성일
    2020년 4월 9일(목)
  • 조회수
    699
[의장실에서] 반드시 지워야 하는 잿빛 그림자, 직장 내 괴롭힘

  • 이용범
  • 승인 2020.04.08 21:42


 

"절름발이 걸음으로 게를 줍는 시늉을 하고 수리부엉이 울음을 흉내 내는 일 따위는 제가 직접 하는 것입니다. 시키는 대로 해보려고 애를 썼으나 말이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걸 어쩌겠습니까?"

조선시대 최고의 유학자로 꼽히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발언이다. 당대 최고의 문인인 정약용 선생조차 직장 내 괴롭힘을 차마 못할 짓으로 표현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현대사회에도 악의 한 축으로 꼽히며 우리 사회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대표적 사례인 ‘태움’이라는 단어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직장에서 벌어지는 괴롭힘의 문제는 이제 더 이상 특정한 곳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뿌리박혀 다 함께 거둬내야 하는 문제가 되었다.

며칠 전 한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이기지 못해 결국 사직서를 냈다고 한다.

그 공무원은 대학 졸업 후 밤낮없이 공부해 시험에 합격했다. 하지만 부풀었던 꿈은 5개월 만에 산산조각 났다. 직속상관인 팀장에게 매일같이 모욕이고 강압적인 말을 들어야 했고, 그로 인한 불안과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시달리다 급기야 사직서를 냈다고 한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한 청년 노동자는 직장 내 갑질로 인해 꽃도 피워보기 전에 삶을 내려놓아야만 했다. 이 노동자의 유서 등을 보면 2년 동안 마치 주인이 종을 부리듯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한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한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권위의 통계자료를 보면 최근 1년 한번이라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 있다는 응답자는 73.3%고, 그중 거의 매일 괴롭힘을 경험한 응답자는 12%였다. 이중 가장 많은 사례는 상사의 갑질이었다.

그런데 상사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물었더니 "나 때는 말이에요. 그런 일 정도는 괴롭힘이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별일도 아닌 것을 가지고 너무 야단법석이에요"라고 답했다. 문제의 원인을 단순히 피해자들의 나약함에서 찾고 있다.

특히 괴롭힘 가해자라는 사람이 나 때는 그러했으니 지금도 그러하길 바라는 마음, 단순한 것에 호들갑떨지 말라며 가볍게 넘기려는 마음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역대급 갑질 사례 등이 잇따르며 지난해에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이 개정됐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을 보면 직장 내 괴롭힘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괴롭힘이 있다면 누구나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사용자는 신고가 들어오면 지체 없이 사실 확인 조사를 진행해야 하고, 조사 기간 신고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른 조치도 해야 하고, 괴롭힘 신고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서도 안된다.

필자는 근로기준법이 개정된 이후 공직사회 곳곳에서도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해 올해 5월 제정을 목표로 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례안을 마련했다.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 공직자들에게 적용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례안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와 괴롭힘에 대한 상담직원을 의무지정, 괴롭힘 예방교육, 괴롭힘 발생 조치 등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조례나 법 개정만으로 괴롭힘을 근절할 수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 사회구성원들의 합의와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법 개정과 조례 제정은 커다란 도화지에 밑그림 그리는 것에 불과하다. 괴롭힘 피해자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안아주려면 우리가 갈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문제점에 대해 무겁게 인식하지 않고, 단순히 개인의 문제라 치부하며 괴롭힘으로 인한 피해자들이 겪어낸 희생의 무게를 가볍게 여긴다면 우리 사회는 금세 잿빛 그림자로 물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내게도, 아니 내 가족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 인식하고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된다면 언젠가는 우리 모두 희망의 무지개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이용범 인천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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