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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아라뱃길포도 생산하는 계양포도작목반

"계양, 알알이 포도 영그는 마을"

계양포도 사진

올 여름은 유달리 무더웠다. 기록적인 폭염 소식이 날마다 뉴스를 장식하지만 그래도 여름은 흐르고, 이 계절 안에서 곡식과 열매는 익어간다. 이즈음 떠올릴 수 있는 결실로 포도만한 것이 있을까. 그런데 아시는지. 인천에서도 포도 익어가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농부의 꿈을 알알이 품고 영그는 인천의 포도를 찾아 나섰다.

포도 한 알에 담긴 수십 번의 손길과 눈길

포도밭 사진

계양 IC를 빠져나오면 길가에 조르르 모여 있는 화원들을 볼 수 있다. 계양구 병방동이다. 사람들은 지나치기 바빠서 잘 모를 테지만 그 뒤쪽이 계양포도 산지이다. 꽃 농원 사잇길로 들어서면 나무판자에 정성스럽게 손 글씨로 쓴 ‘포도농원’ 표지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무더위를 피해 ‘그린포도농원’으로 들어갔다. 푸르른 잎사귀들이 지붕처럼 펼쳐졌고, 그 아래 흰 종이에 감싸인 포도가 빼곡히 매달려 있다. 비가림 시설을 한 농원의 공기는 생각보다 시원했다. 그럼에도 농장주 정우영 씨의 얼굴은 땀이 비 오듯 했다. 아침부터 작업이 많았던 탓이다. 8월초, 포도가 한참 익을 때인데 달리 무슨 할 일이 있을까 싶었다. 농부는 포도 출하가 끝나도록 한순간도 손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새순을 따고 있어요. 그래야 영양분이 새순으로 가지 않고 포도 알로 가거든요.” 소비자에게는 평범한 포도에 불과하겠지만 농부에게는 수십 번의 손길과 눈길을 담아 키워낸 인천 포도이다.

경인아라뱃길포도에 담긴 자부심

수확한 포도 사진

아무래도 인천은 전업농가가 많지는 않다. 그래도 채소류, 과일, 화훼, 쌀, 특용작물, 가축 사육 등의 다양한 영농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계양은 강화 다음으로 농지와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이 많다. 계양의 포도 농사는 병방동 일대에서 주로 이뤄진다. 10여 년 전부터 포도를 심는 농가가 하나둘 늘었고, 이후 10여 곳의 농가가 계양포도작목반을 결성했다. 이들 농가는 연구모임을 통해, 또 농진청에 근무하는 박서준 박사의 컨설팅을 통해 품질 향상을 꾀했고 ‘경인아라뱃길포도’라는 브랜드의 포도를 출하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치지 않고 노력을 거듭하다보니 농부의 노하우가 쌓였다. 여러 농가가 EM 발효액으로 흙을 살리는 농법을 실시하고 체험교육도 진행하며 농장을 경영한다. 이렇다보니 포도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해졌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포도보다 맛있는 포도를 생산하는 게 목표에요. 그래서 알솎기를 자주 해요. 저는 한 송이에 50알~60알 정도를 남겨두는데 그렇게 하면 무게는 덜 나가지만 알은 굵어지고 속까지 모두 익으면서 당도가 올라가요. 캠벨인데도 고객들은 거봉이냐고 물어볼 정도이지요.”

맛에 담긴 농부들의 철학

  • 포도를 수확하는 모습
  • 포도를 수확하는 모습

정우영 씨는 포도를 출하할 때면 아침마다 당도 체크를 한다. 자신의 기준에 이르지 못하는 것은 출하하지 않는다. 농부도 마케팅에 대한 개념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이 정우영 씨의 지론. 주력인 캠벨뿐 아니라 다양한 품종의 포도를 시험 재배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성경에 두 사람이 막대기에 끼워서 어깨에 메고 갔다는 포도 ‘네헤레스콜’을 비롯해, 당도가 높고 씨가 없어 일본 등에서 인기라는 ‘샤인머스켓’ 등 길쭉하거나 둥글거나, 초록색이거나 자주색인 포도가 그의 농장에서 함께 익어가고 있다. 체험교육을 하러 오는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포도를 보여주고, 미래에 주력으로 삼아야 할 품종이 어떤 것인지를 연구하는 두 가지 효과를 위해서다. 농부의 이런 노력을 소비자들은 맛으로 느낀다. 그의 농원에서 생산하는 포도는 수확철인 8월 말부터 추석 직전까지 농장에서 직판하는데 해마다 완판이다. 고객의 대부분은 수확 때를 알고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이다.

올 여름 더위는 유난했다. 이상기후로 힘든 것은 지구에 발 딛고 사는 우리들이다. 적응하기 힘든 환경의 변화, 이제는 우리 생활을 총체적으로 점검해 볼 때이다. 먹을거리 역시 마찬가지다. 생산지에서 멀리 이동하는 푸드 마일리지 값이 큰 농산물보다 내 고장, 내 주변의 먹을거리에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계양포도를 찾는다는 것은 믿을만한 먹을거리로 건강을 챙기고, 지역경제도 살피고, 푸드 마일리지 값도 줄이는 일석삼조의 아름다운 일일 터이다.

이온
사진
이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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