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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합시다

"돈 없다고 병 참는 사람 없어야"

돈 없다고 병 참는 사람 없어야

빛나는 조명 보다는 조용한 응원을 받아 온 병원, 많은 사람들이 존 재를 잊거나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꾹꾹 눌러 쓴 손 편지 를 전할 만큼 감동을 준 병원, 인천광역시의료원(이하 인천의료원) 이다. 1932년 경기도립인천의원으로 출발해 90여 년간 인천의 공 공의료를 담당해 온 인천의료원을 찾았다.

몸에 병이 있는 줄 뻔히 알지만 치료비가 무서워 병원을 찾지 못 하는 사람들에게 인천의료원은 ‘기댈 언덕’이다. 20개과를 갖춘 종합병원으로, 의료불평등 해소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이곳은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현실과 희망을 함께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인천광역시의료원

인천 손은 약손

‘인천 손은 약손’은 의료급여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게 본인부 담금 없는 무료수술과 암환자 치료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정형외과의 척추질환, 인공관절, 안과 및 외과 질환, 비뇨의학과 공공의료, 부족하지도 지나치지도 않게 누구에게나 차별 없는 진료를 하는 것 “돈 없다고 병 참는 사람 없어야” 취약계층 무료수술·암환자 치료 지원 아이들 초청하고 노숙인 찾아가는 ‘희망 병원’ 질환 등에 대한 치료와 수술을 1인당 500만원 한도에서 지원한다. 암환자의 경우 간암, 대장암, 위암, 유방암, 폐암 등 5대 암을 포 함해 모든 암에 대한 검진과 치료를 1인당 1천만 원 한도에서 지원한다. 지난해 3176명이 이 사업의 지원을 받았으며, 올해 는 작년보다 1억5천만 원이 인상된 1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한 상 태다. 인천의료원 보건의료복지통합지원센터 안재형 팀장은 “2008년부터 무료수술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제야 지역에서 사 업에 대해 제대로 알고 환자들을 연결해 주곤 한다. 어떤 사업이 든 정착하려면 10년 세월이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지원 정책에 대한 정보를 몰라서 몸이 아파도 병원 갈 엄두를 내 지 못하는 취약계층 환자들이 여전히 많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 을 표현한 것이다.

인천광역시의료원

보호자 없는 나눔병실

몇 년 전에 들었던 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어느 날 맞벌이 하는 엄마의 직장으로 이상한 전화가 걸 려왔다. 누군가 전화를 해서 받으면 아무 말도 없고, 수화기를 내 려놓으면 또다시 걸어서는 아무 말이 없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몇 번이나 되풀이되자 엄마는 화가 났다. 또다시 벨이 울리자 수화기를 든 엄마가 “너 누구야?”하고 빽 소 리를 질렀다. 그러자 수화기 저편에서 모기만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엄마….” 막내딸이 분명했다. “여태 전화한 게 너였니? 왜 전화를 해서 아무 말도 않고 끊는 거야? 엄마가 지금 얼마나 바 쁜데…!” 엄마는 아이가 전화한 용건을 들어줄 생각도 않고, 몇 마디 꾸중을 한 다음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퇴근 후에 엄마는 아이를 붙들고 아까 낮에 전화를 걸고 말을 안 한 까닭을 물었다. 그러자 아이는 “엄마한테 좋은 냄새 맡게 해 주려고….” 하면서 베란다 밖의 행운목을 가리켰다. 햇살 잘 드 는 베란다에는 방치하듯 버려두었던 행운목에 자신도 모르는 사 이에 꽃이 피어 있었다. 꽃피우기가 힘들어서 꽃이 피면 행운이 온다는 귀한 꽃을 제일 먼저 발견한 어린 딸아이가 향이 진해서 집 안 가득 퍼지는 그 향기를 엄마에게도 맡게 해주려고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전화 수화기를 꽃에 대고 엄마가 전화를 끊으면 다시 걸어서 꽃에 대고… 그랬다는 것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집에 무슨 꽃이 피 고 지는지조차 모르고 살고 있던 엄마는 딸아이를 와락 끌어안 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우리는 지금 혹시 이야기 속의 엄마처럼 살고 있지는 않을까? 바 쁘다는 핑계로 내 아이가 힘든 일은 없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 는지조차 모르고 일에만 파묻혀 지내고 있지는 않는가? 그러다 가 가끔씩 화들짝 놀라 필요 이상의 관심을 아이에게 퍼붓고…, 또 무관심하고 그러지는 않는가?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36개 국 중 27번째라고 하지만 교육 영역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고 하는 부분에 주목하자. 팍팍한 삶이 우리를 힘들게 하더라도 교육에 대한 투자를 망설 이거나 우리 아이들에게 거는 희망을 버릴 수 없는 이유가 거기 에 있다.

제15대 조승연 원장 인터뷰

공공의료, 부족하지도 지나치지도 않게 누구에게나 차별 없는 진료를 하는것

인천광역시의료원인천광역시의료원 제15대 조승연 원장

인천광역시의료원에 지난해 12월, 제15대 조승연 원장이 취임했다. 조 원장은 이미 2006년 인천적십자병원장에 이어 2010년 인천의료원 장을 맡아 연임한 바 있다. 인천의 공공의료와 누구보다도 깊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외과의사, 조승연 원장을 지난 1월 29일 인터뷰했다.

질문

인천의료원에 다시 돌아온 소감은?

답변

인천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공공의료가 뭔지 많은 고민을 했다. 본 적도 인천으로 옮겼으니 인천은 내게 고향 같은 곳이다. 잠시 인천 을 떠나 성남시의료원 설립과정에 참여했는데 공부도 많이 했지만 한편으론 공공병원 하나 짓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절감했다.

질문

공공의료는 왜 중요한가?

답변

의료는 원래 공공적인 것이다. 고아원이나 장애인복지관을 돈 벌 기 위해 짓지 않듯이 공공병원을 지어놓고 돈 벌 생각하면 안 된다. 공공병원 비율이 5% 밖에 안 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가 유 일하다. 미국과 대만도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의료가 공공성을 상실하면 취약계층은 진료를 못 받고, 영리 병원은 최대의 이윤을 취하려 할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

질문

지금 인천의료원 상황은 어떤가?

답변

300만 인천시민을 위해 공공병원 기능을 하는 곳은 그나마 여기 밖에 없다. 그만큼 인천의료원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함에 도 지원은 부족하고, 경영은 취약하다. 시와 의회, 시민, 보건의료 관계자들이 특단의 결심을 해야 한다. 의사와 신규 간호사들의 이 직이 너무 잦다. 인력 충원이 시급하고 지역의 책임의료기관에 걸 맞은 장비도 갖춰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지금처럼 공단 지역이 아니라 인구 밀집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 이런 일을 잘해내자는 목표를 갖고 원장으로 다시 왔다.

질문

공공의료에 대한 시각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답변

진주의료원 폐업 당시 한 동안 이슈가 됐지만 그 전엔 공공의료가 뭔지, 관심 있는 사람이 정말 드물었다. 예전엔 가난한 사람을 위 해 존재하는 게 공공의료라고 생각했지만 이젠 ‘정상적인 의료행 위를 하는 것’으로 개념이 바뀌었다. 공공의료는 지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적정 진료를,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제공하는 것 이다. 현재 5개 지자체에서 공공의료원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공공의료 현실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으 인천광역시의료원 제15대 조승연 원장 리라 생각한다. 공공의료의 변화,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

유서원
사진
박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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