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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인천시의회 정책지원전문인력
그리고 나비의 꿈"

어렸을 적 운명처럼 다가온 두 권의 책이 있다. 바로 ‘꽃들에게 희망을’과 ‘어린왕자’다. 책과는 담을 쌓고 지냈던 나에게 ‘책의 신세계’를 맛보게 해준 고마운 선물이었다.
내 나름대로 해석한 두 책의 교훈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진심이면 통한다’이다. 그 모습이 너무 흉측해 태어날 때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 나비의 애벌레.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홀로 거꾸로 매달려 꿋꿋이 삶을 지탱하고 이겨내 기어이 나비의 꿈을 펼친다.
“어떻게 하면 나비가 되죠? 날기를 간절히 원해야 돼. 하나의 애벌레로 사는 것을 기꺼이 포기할 만큼 간절하게...(중략) 겉모습은 죽은 듯 보여도 참모습은 여전히 살아 있단다. 일단 나비가 되면 너는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어. 새로운 생명을 만드는 사랑 말이야”(책 ‘꽃들에게 희망을’ 중에서) ‘나비의 꿈’과 마찬가지로 어린왕자의 눈으로 바라보면 모든 만물에 순수한 아름다움이 깃든다. 수백 개의 장미 중에서 어린왕자가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장미는 ‘세상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장미’가 된다. 이렇듯 누구에게 길들여진다는 건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다.
“너희들은 내 장미를 전혀 닮지 않았어, 너희들은 아직 아무것도 아니야. 누구도 너희들을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들은 누구도 길들이지 않았어..(중략) 내 비밀은 이거야. 아주 간단해.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인다.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거야”
서두가 길었다. 나는 최근 40대 중반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새로운 일과 씨름 중이다. 바로 ‘인천시의회 정책지원전문인력’이라는 다소 난해하고 생소한 이름의 직업이다. 지난 1년여 간 행정학·사회학개론을 공부해 시험을 통과하고 심층면접을 거쳐 현재의 자리에 와있다.
나의 보직은 애초 ‘시의원 정책보좌관’이었다. 그러나 상위법과의 상충, 중앙 정부와 충돌 문제로 명확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지역 언론사와 시민단체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 6~7대 시의회에서도 여러 번 정책도입을 시도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이후 8대 시의회에서 비로소 우여곡절 끝에 ‘정책지원전문인력’이란 명칭으로 도입됐다. 이를 통해 지난 8월 총 43명의 지원자 중 최종 14명이 합격해 현재 시의회 각 상임위원회에서 근무 중이다. 그리고 최근 한 달 간 제256회 임시회를 통해 시의원들과 함께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 주요예산사업 추진상황을 점검했다.

언제나 초심 잃지 않고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인천시 의회가 되도록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이다.

사진

열심히 의정활동을 도왔다. 의원 정책질의서를 비롯해 토론회자료집, 예산·분석 자료, 조례안 등을 검토하며 입법활동을 비롯해 의정활동을 지원했다. 또 보도자료와 언론인터뷰 자료 작성을 통해 의회의 의정활동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세월여류’라 했던가. 그렇게 금세 한 달이 지나갔다. 때론 질책도 받고 때론 격려도 받으면서 그렇게 시의회라는 낯선 공간에 조금씩 적응되어 갔다. 우리 동기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경험치를 바탕으로 시의원들과 함께 시민의 대변인 역할에 충실했다. 그럼에도 우리 정책전문 인력들은 아직도 신분상의 한계 등으로 표류되어 있는 느낌이다. 즉 현재는 인천광역시 소속 공무원 신분이지만 1년 단위로 평가를 받는 시간선택임기제 요원일 뿐이다. 그리고 ‘정책보좌관’의 타이틀을 걸고 37명의 시의원 의정활동을 직접 도와줄 수도 없다. 그야말로 어중간한 경계에 서서 묵묵히 업무를 익힐 뿐이다. 각 상임위원회의 마중물로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할 뿐이다.
비록 애초 법외 논란이 된 시의원 개인정책보좌관이라는 우려로 우리 전문 인력들은 나비의 애벌레처럼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우리 14명의 신입 동기들은 스스로 어린왕자가 되어 모든 현상을 순수하게 받아들였다. 수많은 질책과 따가운 비난은 ‘길잡이 회초리’로 여길 것이다. 그리하여 어엿한 한 마리의 호랑나비로 훨훨 날아다닐 것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하루 빨리 통과돼 우리 정책 전문 인력의 정체성도 제대로 확립되길 바란다. 그때까지 다양한 갈등과 고민 속에서 신입동기들은 하나 둘 상임위원회에 맞춤형 전문가로 길들여질 것이다. 그리하여 당당한 시의회 구성원으로 한 몫을 해내리라 믿는다. 진심이면 통한다고 했듯 가장 소중한 것은 마음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인천 시민들에게도 한 가지 약속을 드린다. 언제나 초심 잃지 않고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인천시의회가 되도록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이다. 더불어 인천시의원 한 분 한 분의 이정표가 되어 시민과 함께하는 상생의 지름길을 보듬어 나갈 것이다.

 

글 이정민
인천광역시의회 교육위원회

최계운 교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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