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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료원과 함께하는 건강리포트 세번째 이야기

"옆 사람마저 두렵게 만드는 감염병
인천의료원 62병동이 대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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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지정 음압치료 병상

손 소독 자주하기, 입 가리고 기침하기, 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 가지 않기….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가 유행할 때 나왔던 행동요령이다. 손을 자주 씻고 입을 가린 후 기침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위생 수칙이지만 불과 4년이 지난 지금, 비누조차 없는 공중화장실이 수두룩할 만큼 일상은 다시 무감각해졌다.
극한의 공포와 무감각. 감염병은 어쩌면 이 두 가지 상반된 표정을 지닌 질병이 아닐까.
인천광역시의료원(이하 인천의료원) 62병동. 이곳은 국가지정 음압치료 병상이 있는 음압병동이다.
음압병동은 인간에게 치명적인 병원균이 외부로 나가지 않게 격리하는 공간으로, 고효율 필터를 통해 내부공기를 걸러서 배출하는 곳이다. 또 의료진 역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야 음압병동이라 부를만하다.
조류독감이나 메르스, 사스 등의 호흡기 감염병이나 에볼라 등 체액으로 전파될 수 있는 감염병 의심환자도 이곳에서 치료를 받는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국내에서는 아직 인간을 위협하는 감염병이 보고되지 않았지만 인천의료원은 2017년 음압병동을 한층 보강하는 리모델링을 단행했다.
우선 기존 1인실 3병상, 4인실 5병상이던 병실을 모두 1인실로 바꿨다. 감염병을 진료할 때 다인실은 무소용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1인실 7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전용승강기를 이용해 다른 곳을 거치지 않고 6층의 음압병상에 진입할 수 있는 격리환자 이동 동선을 마련하기도 했다.
김진용 감염병통합진료센터장이 안내한 음압병동은 중앙모니터로 심전도나 각 병실의 습도 등을 체크하고, 보안키로 환자는 물론 의료진의 출입과 동선까지 엄격히 통제하는 낯설고 조금은 두려운 곳이었다. 꽤나 넓은 병실에(1인실 음압병상은 5개의 일반 병상을 설치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다.) 병상 머리맡에는 헤파필터 2개가 설치돼 있고, 창문은 열 수 없으며 화장실 구조도 청소가 용이하도록 설계돼 있다.

 

"시설만 갖출 것이 아니라 하루아침에 구축할 수 없는시스템과 전문 인력을 위한 지원이 꾸준히 이뤄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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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관절부터 백내장, 외과질환까지 폭넓은 무료수술 지원

병실 외에도 장비보관실, 멸균실, 검사실, 폐기물 보관실, 제독실을 비롯해 의료진을 위한 탈의실과 샤워실도 갖추고 있다. “외부와 격리된 환자들이 무척 불안하고 답답해하기 때문에 리모델링을 할 때 화상통화시스템까지 갖췄습니다. 이 정도면 세계적으로도 모자람이 없는 시설입니다.” 김진용 센터장의 설명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30여 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 인천의료원에는 2013년 8월 우리나라 최초의 메르스 의심환자 2명을 비롯해 2014년 에볼라와 메르스 의심환자가 연이어 입원했던 곳이다.
“대응지침도 없고 이송 시스템조차 갖춰져 있지 않던 때였습니다. 기관지 내시경 검사를 해야 하는데 우리 병원은 호흡기내과가 없어 다른 병원에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했어요. 결국 제가 환자를 직접 이송해 국립의료원에 갔는데 거기서도 도대체 환자를 어떻게 봐야할지 난감해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 후에도 여러 시행착오와 난관을 거친 후에야 질병관리본부의 지원과 인천의료원 경영진의 결단으로 현재의 시설을 갖출 수 있었다. 메르스 의심환자 세 명이 한꺼번에 입원해 결코 쉽지 않은 대응과정을 수행한 적도 있지만, 확진판정을 받지 않았으므로 감기환자 정도의 비용을 제외하고는 인천의료원이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은 적도 있다.
그럼에도 인천의료원은 올해 전국 최초로 신종감염병 교육훈련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관내 종합병원 담당자들이 거쳐 갔고 하반기에는 교육청, 소방서, 경찰서 등 관공서 담당자들의 교육이 예정돼 있다. “신종감염병은 앞으로도 더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시설만 갖출 것이 아니라 하루아침에 구축할 수 없는 시스템과 전문 인력을 위한 지원이 꾸준히 이뤄져야 합니다.”
전쟁이 나지 않아도 군대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건안보’를 위해 신종감염병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는 김진용 센터장의 말은 평온한 일상이 유지되고 있는 지금, 더욱 새겨야 할 금언이다.

유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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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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