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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

"지금은 교육 정책 대전환이 필요한 때"

교육 이야기를 하려니 걱정이 된다. 긍정적인 이야기보다 우려되는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아서다. 하지만 우려는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미래 사회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교육 정책을 디자인하여 행복 교육, 밝은 미래가 열리기를 바라며 시작한다.

교육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성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대학 입학 정시 비중 확대’를 공식화하였다. 이어 교육부 장관이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을 발표하였다. 일부 특목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이 교육 정책이 발표되자 나라가 시끄러워졌다. “정책의 일관성이 있느냐?”, “다양한 인재 육성을 위한 정책으로 타당하냐?” 등 논란이 많다.
지역별 격차 확대, 학군 서열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편으로는 공정 교육을 위한 적절한 조치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어떤 주장이 옳은지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교육 정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결실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논하려는 것이다. 국가 교육 정책은 학교 교육과 학생들의 현재와 미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매우 중요하다. 정책이 미칠 파급 효과에 대한 충분한 검토 협의가 이루어진 후 발표되어야 한다. 우리 교육은 지금 여러 어려움을 맞고 있다. 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교육이 추구하는 방향과 정책 흐름

대입 제도가 논란이 되자 프랑스 대입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가 주목받고 있다. 바칼로레아 제도가 시작된 것은 나폴레옹 시대부터라고 한다. 이 시험은 인문, 사회, 자연 과학 등 8개 분야에서 치러지는데 대부분 논술형 시험으로 이루어진다. 이 제도가 200년 동안이나 유지해 오고 있다니 놀랍고 부럽다.
최근에는 IB 교육과정(국제 바칼로레아)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스위스에서 시작되어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국제 공인 교육과정이다. 이 교육과정은 토론 형식으로 수업하고, 서술형 및 논술형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교육 문화가 다른 상황에서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최근 우리 교육과정에는 핵심 역량이 제시되었다. 자기 주도적 역량, 지식 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등,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해 필요한 역량 6가지를 선정하였다. 그리고 토의·토론 학습을 전개하고, 서술형·논술형 평가를 확대한다는 방향도 설정하고 있다. 교육 흐름은 토의·토론,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 핵심 역량 증진, 논술형 평가 쪽으로 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정책과 실천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거기에 미치지 못하니 그게 문제다.

 

교육 정책 담당자의 전문적 역할

대한민국 사람은 모두 교육 전문가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입시에 관심을 가지고 열정을 다하니 그럴 만도 하다. 엄마의 정보력과 할아버지의 재력이 자녀 교육을 좌우한다는 말도 있지만, 이는 우리 교육의 아픔을 은유하는 말이다. 시험 보는 요령을 터득시키는 일, 많은 것을 빨리 주입 시키는 수업 등은 일견 매력적이다. 하지만 진정한 교육 전문가의 역할은 아니다. 요령을 익히는 것을 배움의 열정이라고 할 수도 없다.
교육 전문가는 교육 논리와 이론, 세계적인 교육 추세에 밝아야 한다. 교육 문제를 통찰하여 우리 교육이 나갈 미래 지향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일반 시민들의 관심과 교육 전문가의 역할은 다르다. 학교에 다닌 경험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교육 정책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학문적 탐구를 바탕으로 한 실제적 경험이 있어야 한다. 교육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은 교육의 본질을 보지 않고 외적인 일에 관심을 기울이기 쉽다. 이런 의미에서 정책을 결정하거나 추진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전문적 역할에 대한 책무성은 매우 크다.

 

교육 개혁의 최종 목표는 학생 행동 변화

교육 개혁이라고 하면 언뜻 대학 입시 문제가 떠오른다. 그게 중요한 건 맞지만,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 우리가 지향하는 교육 목표에 이르기 위한 교육 과정, 교육 현장에서 실제로 이루어지는 교육에 관한 문제다.
교육 개혁의 최종 목적은 무엇인가? 학생들의 행동과 태도를 바람직하게 바꾸는 것이다. 행복 교육을 하자는데 딴전 피는 학생들, 토의·토론을 하자는데 암기에 몰두하는 학생들, 인성을 강조하는데 거칠어지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학생은 변하지 않았는데 실적은 쌓여가고 있다. 이런 게 개혁이라면 그것은 다시 개혁되어야 한다.
이런 현상이 왜 벌어지는가? 본래 개혁은 어려운 일이다. 옳은 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변화는 어렵다. 일단 형성된 문화와 습관은 변화되기 어려운 속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국가 미래를 위해서는 힘들더라도 바꿀 것은 바꿔야 한다. 비전문가가 여기저기 눈치 보며 임시방편으로 정책을 만드는 일은 위험하다. 그러기에는 교육 상황이 심각하고 갈 길이 바쁘다. 교육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다.

 

전문가 집단 사고를 통한 교육 정책 대전환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이 치러졌다. 입시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실수 여부에 따라 등급 커트라인이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실수 여부가 주요 변수라니 이건 아니다. 실수도 실력이라며 학생들을 조바심 나게 해서야 되겠는가?
교육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그 방향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학문적으로 역량 있고 가치 중립적인 인사들로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여 교육을 바로 세울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중립적인 인사가 아니면 자신의 이념과 가치를 너무 강조하기 쉽다. 그러면 오해가 생기고 공감 확산이 어려워진다.
중립적인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여 그들이 우리 교육 역사를 바꾼다는 자부심으로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공감하고 흔쾌히 따르는 결과물을 도출하여 개혁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도 미국의 브루너가 의장이 되어 추진했던 우즈홀 회의와 같은 전문가 집단 구성을 할 수 있고, 바칼로레아 같은 입시 제도도 만들 수도 있다.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고 논의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예산도 많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 교육의 대전환을 이루자는데 그게 문제겠는가? 의지의 문제다. 그 역할은 국가가 앞장서 감당할 일이다. 대한민국의 교육 비전을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 긴 안목으로 미래 교육을 설계해야 한다. 즐겁고 새로운 마음으로 가르치고 배워서 행복한 교육, 국가 발전을 위한 교육 대전환을 이루어야 할 때다.

글 이범응
(전)경인교육대학교 부설초등학교 교장

이범응 교장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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