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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구 화재 사건으로 바라본,

"복지 사각지대 문제의 확장과 대응"

화재 현장 사진

미추홀구 화재 사건은 복지 사각지대가 우리 사회에 여전히 만연해있음을 보여 주는 안타까운 사례이다. 특히, 이들의 가정이 그간 복합적인 문제를 경험해왔으며, 어린아이들이 직접적인 피해자가 되었다는 점에서 참담함이 크다. 사실이와 같은 복지 사각지대의 문제와 대응 방안은 비교적 오래전부터 논의가 되어온 것이다. 그러나 이번 미추홀구 화재 사건에서 드러나듯, 복지 사각지대 문제는 매번 새로운 대상과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넘어 사회적 위험의 대응 방향 혹은 방법에 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복지 사각지대 문제는 기존 돌봄체계의 공백과 같은 한두 가지의 결핍이 아닌, 우리 사회 복지철학과 정책 그리고 서비스의 한계점 속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지 사각지대 문제의 대응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접근들이 필요하다.

첫째, 새로운 철학과 인식의 전환

가난은 나라도 구하지 못한다는 말처럼, 예로부터 우리 사회는 빈곤을 주축으로 한 문제들의 책임이 대부분 개인과 가족에게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여러 문제가 사회 구조적으로 양산되고 있는 오늘날, 이러한 인식에 바탕을 둔 대응 방안들은 지엽적 혹은 사후적으로 머무를 개연성이 크다.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적인 담론화가 중요한데, 책임의 소재가 각자에게 있다고 여기는 한 내가 경험하지 않은 문제는 대부분 남의 일로 여겨지는 탓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 인식의 전환이 동반된 복지의 청사진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각 개인이 사회적 위험을 자신과 가족의 노력만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우애’를 가진 ‘사회적 가족’이 되어 ‘사회적 돌봄’을 수행함으로써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능동적인 주체가 된다는 점이다. 이 주체는 특정한 연령대나 직업, 지위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모든 시민이다. 그리고 이는 보다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위험에 대한 새로운 철학을 통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철학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의 개발에는 더욱 구체적인 논의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둘째, 철학과 연동되는 정책

하지만 새로운 철학은 그것을 실현할 정책이 없다면 공허한 외침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많은 사람이 이를 공감하고 연대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인 문제들을 도외시할 수도 없다. 예컨대, 당장 곤궁에 처한 이는 곤궁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 점에서 인천시는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본다. ‘인천시 복지기준선’이 대표적인 예이다. 인천시는 소득, 교육, 건강, 주거, 돌봄의 다섯 가지 영역 보장에 대한 최저기준을 제시하며, 사회적 위험에 대한 공적 책임을 표명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철학을 실현하기 위한 기본 조건 즉, 인천시민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기준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새로운 철학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의 개발에는 더욱 구체적인 논의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다양한 복지 의제와 시의성에 발맞춘 과학적인 조사연구가 동반되어야 한다. 가령, 복지 사각지대 문제에 대해 인천복지재단에서는 코로나19상황 속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해소 방안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더불어, 향후 비대면 서비스 제공시대의 새로운 전달체계 모형이 될 수 있는 스마트 복지관 운영방안에 관한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을 통해 철학과 정책의 정합성을 끊임없이 다져나가고자 한다.

정책을 실현하는 것은 서비스이다. 결국, 서비스를 관리하고 제공하는 주체가 필요하다.

셋째, 정책을 실현하는 서비스

서비스는 철학과 정책이 연계된 결과물이다. 철학과 정책은 서비스가 없다면, 현실에 적절히 적용되기 어렵다. 즉, 정책을 실현하는 것은 서비스이다. 결국, 서비스를 관리하고 제공하는 주체가 필요하다. 사실 이러한 역할은 그동안 민간영역에서 많은 부분을 담당 해왔다. 그러나 서비스 전달 효과성·효율성부터 종사자들의 처우개선 등의 문제까지, 다양한 논란이 계속되어왔다. 따라서 서비스의 전달과 관리에 공공성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시 사회서비스원은 이와 적합한 방향을 가지고 있다. 사회서비스원은 단순히 서비스 제공시설들을 위탁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돌봄 차원의 다양한 서비스 개발과 강화, 복지 플랫폼 및 네트워크 구축 의지를 담고 있다. 이는 사회적 위험과 사각지대 및 돌봄의 욕구들이 커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당위성이 크다. 게다가 서비스 및 사업기능뿐만이 아니라 기존의 정책연구기능을 이어나감으로써 현장 중심의 연구와 서비스 전달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다양한 복지 현장과의 상생을 도모한다는 점에서도 앞서 언급한 철학과 정책의 연동을 충실히 반영하는 방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본적인 접근을 통해 복지의 방향과 기반을 만드는 것이 사각지대 예방과 대응의 핵심이 될 것이다.

넷째, 철학과, 정책, 서비스의 유기적 연결

복지의 청사진을 그리기 위한 또 다른 접근은 철학과 정책 그리고 서비스의 연결이다. 인천복지재단에서는 연결의 방향과 방법에 대해 총체적인 구상과 실행을 주도하고 있다. 먼저, 정책 및 서비스를 사람과 연결하는 링크센터이다. 인복이음센터는 시민들이 복지서비스를 쉽게 이해하고 신청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천복지 통합제공기관이다. 이는 인천시민과 정책, 서비스가 지역에 상관없이 촘촘하게 연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비대면 접촉과 각종 서비스의 필요성이 동시에 커지고 있는 코로나 상황에서 이는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다음으로, 사회 문제들에 대한 다양한 주체의 협력과 소통이자연스러운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천복지재단은 연구와 사업 전반에서 민관협력의 유기적인 네트워크와 거버넌스를 지향하고 있다. 인천복지기준선 설정을 위해 시민 대토론회를 주최하고, 이를 연구에 담는 것은 이러한 소통의 연장선상이다. 이유는 자명하다. 일방적이고 상명하달식으로 전달된 정책은 자연스레 이해관계자나 대상의 소외와 불만을 낳게 된다.
사각지대 문제 역시 큰 틀에서 이와 닮아있다. 반면 정책과 사업에서 다양한 집단들이 소통하는 것은 현실적이고 유연한 정책의 적용을 이끌 수 있다. 이러한 기조는 향후 모든 연구와 사업에서 지속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능동적인 주체로서 시민들의 활동을 도모하는 조치가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새로운 철학은 인식과 실천을 동시에 필요로 한다. 핵심은 시민력을 기르는 것이다. 개별적인 존재가 아닌, 공동체 일원으로 서로를 돌보는 것은 시민들의 참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복시민참여단과 학습동아리는 그에 해당하는 시도들이다. 특히, 남동구의 인복시민참여단은 모범적인 사례이다. 20개 모든 동이 참여하고 있으며, 참여자는 400명에 달한다. 이들은 발달 과정상의 노인이 아니라, 선배 시민으로서 후배 시민을 돌보고 공동체를 유지하려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향후 모든 시민이 사회적 가족이 될 수 있도록 이러한 조치들은 장기적이고 점진적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사회복지는 사회적 위험에 대한 공적 대응이다. 복지사각지대의 문제가 이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근본적인 접근을 통해 복지의 방향과 기반을 만드는 것이 사각지대 예방과 대응의 핵심이 될 것이다.

유해숙 대표이사 (인천복지재단)

유해숙 대표이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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