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워크 걷고 스쿨존 '빵빵' … 생활 속 만연한 안전불감증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보자! 불조심은 아무리 이야기해도 과하지 않습니다!'
이들 표어는 1970~1980년대 시대상을 대변한다. 물론 지금도 표어 문구가 가진 중요성은 변함이 없다.
안전한 사회, 안전한 시설의 환경을 사람들은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본인들의 필요를 위해선 안전을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다. 일단 출근 시간대를 보면 에스컬레이터 이용 시 '걷거나 뛰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무시하고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이 많다.
한 쪽으로 비켜주면 다른 쪽으로 걸어 올라가라는 신호이기는 하지만 두 줄 서기를 하는 것이 정석이다. 1㎡당 무게 560㎏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고 해도 사람들이 걸어 올라가거나 내려 올 때 무게는 배가 된다.
또 스쿨존에선 시속 30㎞ 이내인데, 속도를 준수하면 뒤에서 빨리 가라고 빵빵대는 차들이 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등하교해야 하는 곳인데도 불법 주차로 운전자 시야를 가리고 아이들은 차가 오는 것을 못 보고 건너다가 사고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곤 한다.
지난해 경찰청 통계를 보면 스쿨존 어린이(12세 이하) 교통사고는 435건에 이른다. 하루에도 많은 어린이들이 스쿨존 안전법규 위반으로 생명을 위협받는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운전하면서 본인들이 바쁘다는 생각으로 안전을 저버리기에 이런 사고가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마트에 가봐도 꼭 무빙워크에서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이곳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가족 단위로 식료품이나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려고 오는 장소인데, 무빙워크에서 걸어가는 사람들이 항상 존재한다. 지난주에는 마트를 찾았다가 직원들마저 무빙워크를 걸어서 내려가는 모습을 봤다.
이렇듯 자신들이 편안히 다니려고 만든 시설을 제대로 이용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을 '안전 불감증'이라고 한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과중한 선적으로 배가 기울어져도 다시 바로잡는 평행수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위험으로 몰았던 선장과 승무원들은 탈출해 목숨을 건지는, 옳지 않은 행동으로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며 애간장을 태웠는지 알 것이다. 그러나 그후에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행태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헝가리 다뉴브강 선박 사고만 봐도 한국만의 일이 아님을 알수 있다. 크루즈선이 앞에서 가고 있는 관광선을 추돌해 7초 만에 배가 가라않는 사고로, 한국인 33명과 헝가리 승무원 2명 중 26명이 사망하고 2명은 아직도 실종된 상태다. 참으로 안타깝고 안전을 되새기게 하는 현실이다.
심지어 차를 몰고 인도를 지나서 불법으로 주차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보도 끝자락에 불법 주차를 하면서 한 번 쳐다보고 지나간다. 그러면 장애인들은 휠체어를 타고 가다가 길이 막혀서 다시 온 길로 되돌아서 가야 하고, 차도로 위험을 감수하는 상황에 처하며 보행권을 무시당하는 것이다. 또 시각장애인들은 점자 길 안내 표식이 부서져서 정말로 길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이런 일들은 시민들이 법을 준수하지 않아서 생기기도 하지만 법을 집행해야 하는 기관이 수수방관해서 벌어지는 것이 더 많다.
지자체가 나서서 지하절역이나 마트 등에는 예방 차원에서 안내 도우미나 어르신 보안관을 더 고용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안전 도우미를 통해 어린이 보호구역이 더욱 안전해지도록 계도하고, 장애인을 위해 일상에서 작은 일부터 안전 생활을 한다면 큰 사고는 미연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이 편안히 다니는 길이 비장애인에게 더욱 편한 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단 하루라도 안전사고 없는 편안한 인천을 오늘도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