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박정아
용용구단(용감하고 용기있는 연수구 봉사단) 회장
1990년대, 고등학생이었던 저는 인천 영락원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자원봉사가 무엇인지도 잘 모른 채, 학교 봉사 점수를 채우기 위해 처음으로 찾은 그곳에서 할머니들의 말벗이 되어 드리고, 목욕과 식사를 도와드리며 봉사를 통해 마음 나누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 중 한 할머니께서는 제가 차고 있던 시계를 유난히 예쁘다고 부러워하셨습니다. 봉사활동이 끝날 무렵, 아끼던 그 시계를 조심스럽게 할머니 손목에 채워드렸습니다. 나중에 다른 분을 통해 들은 이야기로는, 그 할머니는 정신이 온전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저의 첫 봉사활동은 얼떨떨하면서도 뿌듯한 기억으로 제 가슴 속에 남아 있습니다. 주는 것보다 다른 이에게 기쁨과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에 받는 게 더 많았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후 미술대학 서양화과에 진학하면서도 봉사는 계속되었습니다. 주말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쳤습니다. 그 시간들 역시 저에게는 큰 보람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무언가 ‘주는’ 자리였지만, 오히려 그 과정에서 제가 ‘받는’ 것이 더 많았습니다.
지금의 저는 인천에서 40년 넘게 살며, 연수구 봉사단체인 ‘용용구단’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용용구단은 ‘용감하고 용기 있는 연수구 봉사단’이라는 뜻으로, 용의 해였던 2023년, 연화초·연화중 학부모들이 중심이 되어 자발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처음 2년은 비공식적으로 활동하다가, 올해 2월 정식으로 자원봉사 단체 등록을 마쳤습니다.
현재는 연수구 내 여러 초·중·고등학교 학부모들이 함께 참여하며 회원 수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매달 한 번은 일요일마다 아이들과 함께 ‘줍깅(쓰레기를 줍는 조깅)’을 하며, 자연스럽게 봉사의 의미를 아이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인천에는 이렇게 공식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다양한 형태의 봉사단체들이 활동하고 있을 것입니다. 단체에 속하지 않더라도, 혼자 공원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일, 자신의 재능으로 누군가를 돕는 일, 도서관에서 책을 정리하는 일 등 작은 실천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인생의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작은 봉사의 숨겨진 힘, 더불어 사는 우리 사회에서 이 가치를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