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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도시를 잇는 틈,
옛 시민회관 쉼터 공원"

염광호

염광호

미추홀구 주안동 주민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의 시민회관사거리는 교통, 문화, 생활이 조화를 이루는 핵심 지역으로, 도화 I.C와 인천 도시철도 1호선, 경인선이 인접해 있어 유동 인구가 많다. 주변에는 상업시설과 주거지가 혼재되어 있으며, ‘옛 시민회관 쉼터’ 공원이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옛 시민회관 쉼터’ 공원은 과거 인천 시민회관이 있던 자리로, 구월동의 인천문화예술회관이 들어서기 전까지 지역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였다. 시민회관은 다양한 문화 행사가 활발히 열려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1990년대 학번인 나에게도 이곳은 친구들과 공연을 보거나 영화를 감상하던 특별한 추억의 장소이다. 시간이 흐르며 철거된 이 공간은 공원으로 재탄생해,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삶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공원 중심에는 ‘틈 문화창작지대’라는 복합문화공간이 있다. 파란색 컨테이너 모듈로 구성되어 항구 도시를 상징하는 푸른색과, 염전을 떠올리게 하는 소금 결정체의 형상, 해운 산업과 관련된 컨테이너 구조, 과거 시민회관의 시계탑을 모티브로 삼은 디자인까지. 틈 문화창작지대는 전시나 공연뿐만 아니라, 과거와 현대를 잇는 도시 재생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기능하며, 예술가와 시민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창작하는 장소이다.

원도심인 미추홀구는 인천의 다른 신도시 지역에 비해 대규모 공원이나 체계적인 녹지가 부족한 편이다. 주안동 일대는 고층 건물과 오래된 주택들이 밀집해 있어 주민들이 자연을 접하거나 여유를 찾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런 가운데, 이 공원은 대규모 주상복합건물과 대조를 이루며 특별한 인상을 준다. 단순히 휴식 공간을 넘어, 지역 주민들에게 일상의 숨통을 틔워주는 귀중한 장소인 것이다. 나 역시 이곳 인근에 거주하고 있어, 퇴근 후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면 이 공원으로 발길을 돌린다. 따뜻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을 느끼며 공원을 걷는 짧은 시간이 하루의 긴장을 풀어주는 소중한 일상이 되었고, 복잡한 도심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나를 되찾는 시간이 되었다. 맑은 날이면 공원에는 산책을 나온 반려견과 주인, 뛰노는 아이들,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진다. 이곳은 계층과 세대를 넘어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머무는 공간이 되었다. 이처럼 옛 시민회관 쉼터 공원은 지역 공동체의 온기와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장소이다.

무엇보다 이 공원의 큰 가치는 과거의 기억을 존중하고 그것을 현재 공간에 녹여낸 도시 재생의 의미 있는 실천이라는 점이다. 시민회관이라는 역사적 공간과 시민들의 기억을 지우지 않고, 그 정서를 새로운 공간에 담아내어, 시민의 삶과 도시의 정체성이 조화롭게 반영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는 도시계획과 재생사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모델로 평가된다.

옛 시민회관 쉼터 공원은 과거와 현재, 사람과 사람, 도시와 자연을 이어주는 매개체이며, 원도심에서도 지속 가능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귀중한 녹색 자산이다. 앞으로도 이 공간이 더 많은 이들의 일상 속에서 살아 숨쉬는 장소로 오랫동안 사랑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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