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드셔보시겨~

"바닷바람 맞은 강화섬쌀, 참 맛있시다"

온 동네를 들뜨게 하던 탈곡기 소리는 사라진 지 오래다. 농부들도 들밥 먹어본 게 벌써 수십 년 전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가을의 의미까지, 추수의 기쁨까지, 농부의 뿌듯함까지 뒤안길로 사라진 것은 아니다. 볼 것 많고 먹을 것 많은 곳 강화에 가을이 왔다. 잘 여문 너른 들판을 바라보니 마음이 저절로 풍성해진다. 잘 익은 벼는 강화섬쌀이란 이름으로 소비자의 밥상을 찾을 것이다.

강화섬 벼 사진

제비 날다

점심시간을 넘겼으니 이슬은 모두 말랐을 터다. 부지런한 농부는 이른 아침부터 발소리를 내지만, 벼 수확만은 서두르지 말고 적당한 때를 기다려야 한다. 아침 열 시를 넘겨야 이슬이 마른다.
9월 중순 초 어느 날이었다. 아침 하늘을 가렸던 구름이 걷히고 해가 쨍쨍했다. 화도면에 거주하는 김진명 씨가 오천 평 논을 추수하는 날이다. 말수 적고 부지런한 아우가 일을 많이 해 준 덕분에 결과가 만족스럽다. 추석은 열흘쯤 남아 있었다. 콤바인은 논에 들어가자마자 가장자리부터 시원하게 벼를 벤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벼 베기와 동시에 탈곡이 이루어져 콤바인의 탱크에 저장된다. 탱크가 꽉 차면 별도의 트럭에 싣고 온 큰 포대에 옮겨 담는다. 그렇게 두세 차례 알곡을 포대에 옮겨 담으면 논 한 곳의 추수가 끝난다. 논이 점점 민둥으로 변할 때 콤바인 둘레로 손님들이 찾아왔다. 제비였다. 벼 속에 숨었다가 갑자기 은신처를 잃고 허둥대는 벌레들이 제비의 표적이다.
제비처럼 요즘은 농기계를 따라다니는 녀석들이 많아졌다. 봄에 논갈이를 할 때면 미꾸라지를 노리는 새들이 신난다. 제비가 콤바인을 따라다닐 때 메뚜기는 논두렁 콩잎을 실컷 갉고 있었다. 이곳 논의 생태계가 얼마나 건강한지를 증명해 준 주인공들이었다.

  • 인터뷰 사진
  • 강화섬쌀 수확 사진

강화섬쌀 수확 사진

맛과 품질, 더하고

강화섬 쌀 도정 사진

강화도는 특산물 많기로 빠지지 않는 곳이다. 윤기나는 밥을 한 숟가락 떠서 젓갈과 순무 김치만 얹으면 별다른 반찬이 없어도 한 그릇은 뚝딱이다. 젓갈과 순무도 훌륭하지만 밥맛이 뒤지지 않기에 소박한 밥상이라도 맛나다. 강화섬쌀은 국가대표 소리를 들어도 될 만큼의 품질을 자랑한다. ‘대한민국 소비자신뢰 대표브랜드 대상’ 쌀 부문에서 2014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대상을 받았다. 강화 쌀이 맛 좋은 이유를 물었더니 강화 농부 강형만 씨가 이렇게 대답한다. “바닷바람, 무기질 많은 간척지 땅, 낮과 밤의 차이 이런 거죠. 순무도 다른 지역에서 재배하면 그 향이 안 난대요. 강화도니까 그 맛과 향이 나는 거지. 쌀도 마찬가지예요.” 자랑 같지 않은 엄청난 자랑이다. 농부의 말대로 강화의 환경은 쌀의 맛과 저장성을 좋게 한다. 지하수나 빗물 등 상대적으로 깨끗한 물을 농업용수로 쓰니 더더욱 믿음직하다. 쌀 브랜드 관리에 철저히 신경을 쓴다. 특히 지난해부터 출품하는 고품질의 ‘강화섬 쌀 고시히카리 플러스’는 관리가 엄격하다. 밥맛을 좋게 하려고 단백질 함량 기준을 관리하고 수확 전에도 상태를 심사하며, 수매도 일정 기준에 합격한 쌀만 대상으로 한다.

  • 강화섬 주민 사진
  • 강화섬쌀 사진

화룡점정의 땀방울

농부의 땀이야말로 강화섬쌀의 화룡점정이다. 중학교 때 농부로 진로를 정했다는 강형만 씨는 가림팜 영농조합법인 대표이다. 직접 농사를 짓고 농자재나 강화섬쌀 유통을 한다. 형만 씨는 농업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을 개탄한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자식들한테 농사짓지 말라고 가르쳤 어요. 농업이 기회라는 것을 자꾸 알려야지, 힘든 일이라고 하지 말라고 하면 안 되잖아요.” 형만 씨는 농업이야말로 기회라고 주장한다. “나만의 쌀, 최고 품질의 쌀을 만들면 돼요. 사람들이 어릴 때 먹은 밥맛은 기억하거든요. 어른이 되어서도 고객은 알고 찾아온다는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1%의 품질 좋은 쌀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형만 씨는 농사 관련 속담을 보면서 옛 어르신들의 지혜를 새삼 깨닫는다. “속담에 진리가 함축되어 있더라고요. ‘상농은 흙을 가꾸고 중농은 작물을 가꾸고 하농은 풀을 가꾼다’는 속담이 있어요. 그 속담을 곱씹으면서 땅을 살리는 일이 농사의 기본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나의 관심은 오로지 쌀’이라는 형만 씨 같은 농부들이 키우는 벼, 강화섬쌀이다.

신연호
사진
이덕재

목록


상단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