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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

"행복지수와 교육"

행복지수와 교육

얼마 전 OECD가 삶의 질(OECD Better Life)지표라는 것을 발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 34개국과 브라질, 러시아 등 총 36개국의 삶의 질 순위를 주거, 소득, 일자리, 교육, 건강 등 11개 생활 영역의 항목에 각각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행복지수를 산출했는데 그 결과를 보면 우울해진다. 순위가 가장 높은 국가 1위 호주는 이 조사를 처음 시작한 이래로 3년째 1위에 올랐다. 호주에 이어 스웨덴, 캐나다, 노르 웨이, 스위스, 미국, 덴마크, 네덜란드, 아이슬란드, 영국이 각각 뒤를 잇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몇 위나 될까?

확실한 나만의 행복

우리나라의 삶의 질 지수는 36개국 중 27 번째라고 한다. 교육 영역에서는 높은 점 수를 받았으나 일과 생활의 균형, 건강, 삶의 만족도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하위권을 기록했다고 한다. 특히 일과 삶의 균형 부분에서 최하위에 가까운 낮은 점수였다 고 한다. 아마도 좋지 않은 노동 조건과 여가를 즐길 수 없을 만 큼 어려운 생활을 하는 국민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상위 소득 10%가 하위 소득 10%의 10.5배에 달하여 OECD 회원국 가운데 소득 불균형 지수가 9위로 선정될 만큼 계층 간 극심한 소득 격 차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러나 OECD의 삶의 질(OECD Better Life) 지표 결과에 낙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결 과라고 볼 수도 없을뿐더러 최근에는 물질적 요소뿐 아니라 주 관적 행복의 기준이 다양해지고 있어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과 같은 것이 더 주목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행복의 기준이 달라졌으니만큼 삶의 질을 측정하는 기준도 달라 지기 마련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미 거시적 영역의 성장보 다는 미시적 관점에서 주관적 만족감을 반영한 지표를 개발하려 는 움직임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대 문호 괴테는 “기쁘게 일하고, 해 놓은 일을 기뻐하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하였고, 철학자 존 스튜어트는 “나는 지금까지 나 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노력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억제하 고자 하니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였다. 프랑스의 고전작가 라 로슈프코는 “근본적으로 행복과 불행은 그 크기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 람의 마음에 따라서 작은 것도 커지고 큰 것도 작아질 수 있는 것 이다. 현명한 사람은 큰 불행도 작게 처리해 버리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조그마한 불행을 현미경으로 확대해서 스스로 더 큰 불 행 속에 빠져 버린다.”며 행복과 불행을 정의하기도 했다.

행복은 항상 곁에 있다

몇 년 전에 들었던 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어느 날 맞벌이 하는 엄마의 직장으로 이상한 전화가 걸 려왔다. 누군가 전화를 해서 받으면 아무 말도 없고, 수화기를 내 려놓으면 또다시 걸어서는 아무 말이 없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몇 번이나 되풀이되자 엄마는 화가 났다. 또다시 벨이 울리자 수화기를 든 엄마가 “너 누구야?”하고 빽 소 리를 질렀다. 그러자 수화기 저편에서 모기만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엄마….” 막내딸이 분명했다. “여태 전화한 게 너였니? 왜 전화를 해서 아무 말도 않고 끊는 거야? 엄마가 지금 얼마나 바 쁜데…!” 엄마는 아이가 전화한 용건을 들어줄 생각도 않고, 몇 마디 꾸중을 한 다음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퇴근 후에 엄마는 아이를 붙들고 아까 낮에 전화를 걸고 말을 안 한 까닭을 물었다. 그러자 아이는 “엄마한테 좋은 냄새 맡게 해 주려고….” 하면서 베란다 밖의 행운목을 가리켰다. 햇살 잘 드 는 베란다에는 방치하듯 버려두었던 행운목에 자신도 모르는 사 이에 꽃이 피어 있었다. 꽃피우기가 힘들어서 꽃이 피면 행운이 온다는 귀한 꽃을 제일 먼저 발견한 어린 딸아이가 향이 진해서 집 안 가득 퍼지는 그 향기를 엄마에게도 맡게 해주려고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전화 수화기를 꽃에 대고 엄마가 전화를 끊으면 다시 걸어서 꽃에 대고… 그랬다는 것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집에 무슨 꽃이 피 고 지는지조차 모르고 살고 있던 엄마는 딸아이를 와락 끌어안 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우리는 지금 혹시 이야기 속의 엄마처럼 살고 있지는 않을까? 바 쁘다는 핑계로 내 아이가 힘든 일은 없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 는지조차 모르고 일에만 파묻혀 지내고 있지는 않는가? 그러다 가 가끔씩 화들짝 놀라 필요 이상의 관심을 아이에게 퍼붓고…, 또 무관심하고 그러지는 않는가?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36개 국 중 27번째라고 하지만 교육 영역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고 하는 부분에 주목하자. 팍팍한 삶이 우리를 힘들게 하더라도 교육에 대한 투자를 망설 이거나 우리 아이들에게 거는 희망을 버릴 수 없는 이유가 거기 에 있다.

이재훈

현)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전) 인천광역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

인천 남부교육청 교육장

인천지역사회교육협의회장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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