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인천의 멋

"갯벌과 섬 그리고 카페 - 선재도"

영흥도와 대부도를 잇는 징검다리 섬 선재도. 이 작은 섬은 썰물 때마다 바다 속에 숨겨두었던 선물을 꺼내 보인다. 바다 생명들이 살아 숨 쉬는 비옥한 갯벌, 섬과 섬을 잇는 낭만적인 바닷길. 이 섬이 간직하고 있는 것들이 곧 ‘인천의 멋’이다.

선재도 사진

  • 물이 빠지면 목섬으로 들어가는 바닷길이 열리는 사진물이 빠지면 목섬으로 들어가는 바닷길이 열린다.
  • 사진측도 입구

다 때가 있는 법

대부도에서 선재대교를 타고 선재도로 넘어가다보면 왼편에 드넓은 갯벌(혹은 바다)이 보인다. 선재대교를 건너 곧바로 우회전으로 꺾어 내려가면 넉넉한 주차장을 갖춘 선재 어촌체험마을이 나온다. 바다냄새로 가득한 이곳은 주말이면 주차장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 많은 갯벌체험 명소다. 바다 감상이 목적이 아니라 갯벌체험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면 ‘물때’를 잘 지켜야 한다. 약 12시간 주기로 간조가 찾아오기 때문에 검은 벌판은 하루 두 번 모습을 드러낸다. 새벽 시간에 썰물이었다면 해가 떠있는 동안에 갯벌을 볼 수 있는 기회는 한 번 남은 셈이다. 갯벌을 보겠다고 애써 찾아왔는데 물때를 못 맞춰 바다 풍경만 보다 돌아간다면 애석한 일이지 않은가? 때문에 매일매일 달라지는 물때를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알맞은 때에 왔다면 선재대교를 다 건너기 전에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왼편으로 보이는 풍경이 넘실대는 바다가 아닌, 물이 반 이상 빠진 드넓은 갯벌이라면 정상이다.

 

"갯벌을 찾아온 이들은 저마다의 보물찾기에 여념이 없다. 검은 벌판은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트랙터는 갯벌을 오가며 방문객을 실어나르는 사진정기적으로 운행하는 트랙터는 갯벌을 오가며 방문객을 실어나른다.
  • 사진

사진

바다가 담아낸 선물

선재어촌체험마을에서는 갯벌체험을 위해 방문한 손님들에게 양동이와 호미, 장화를 대여해 준다. 사람들은 손에 양동이와 호미를 들고, 빌린 장화를 신고 어색한 걸음을 걸으며 갯벌로 향한다. 대여 장비 외에도 갯벌 방석이나 챙이 넓은 모자, 팔토시 등 저마다 직접 준비해온 갯벌 아이 템도 착용 가능하다. 체험장 입구부터 갯벌까지는 친절하게도 트랙터를 운행하며 오가는 사람들을 실어준다. 트랙터에서 하차해 갯벌에 발을 디디면 사람들은 누가 더 많이 캐는지 시합이라도 하는 양 곧바로 땅바닥을 파헤치며 명당자리를 찾아 나선다. 오래 돌아다닐 필요도 없다. 비옥한 갯벌은 손님들이 양동이를 가득 채워 나갈 수 있도록 아낌없이 가진 것을 내어준다. 조금만 파면 동죽이며 바지락, 게 등 다양한 생물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처럼 무수히 많은 바다 생명체들을 품고 있는 갯벌은 어린아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생태 놀이터이며, 어른들에게는 소소한 수확의 기쁨을 선사하는 텃밭이다. 때문에 이 곳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자연 체험 코스로 자리매김 했다.

  • 갯벌체험이 한창인 사람들. 뒤로 보이는 육지가 바로 목섬의 사진갯벌체험이 한창인 사람들. 뒤로 보이는 육지가 바로 목섬이다.
  • 사진

비로소 발길을 허락하다

선재도에는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드러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닷길이다. 갯벌체험으로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 바로 왼편으로는 무인도인 ‘목섬’이 보이고, 그보다 멀리 떨어진 오른편으로는 목섬보다 조금 더 큰 유인도 ‘측도’가 있다. 갯벌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형상의 이 두 섬은 밀물 동안에 제각기 하나의 섬으로 분리돼 있지만, 물이 빠지면 길이 드러나 선재도까지 육로로 연결된다. 목섬의 경우 갯벌 사이로 도드라진 바닷길이 아담한 섬과 어울려 묘하게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 아름다운 풍경으로 인해 2012년, 미국 방송사 CNN은 선재도를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곳이라 평가하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33개’ 중 1위로 꼽았다. 조금 더 떨어진 곳에 있는 측도는 목섬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사람이 사는 섬이기에 바닷길을 따라 측도까지 전신주가 늘어서 있어 만조에도 바닷길이 잠긴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목섬의 경우 편의시설이 없는 작은 무인도라 물이 들어차기 전까지만 둘러보고 나오는 것이 좋지만, 측도는 펜션과 식당 등이 분포해 있어 한번쯤 들어가 섬의 운치를 충분히 즐기다 나오는 것도 좋다.

 

"갯벌이 보이는 자리에 앉으면 물이 빠지고 들어오는 모습을 하염없이 지켜보고 있어도 지루함이 없다. 선재도 풍경에 멋을 더하는 섬과 카페 덕분이다."

 

  • 뻘다방 전경 사진뻘다방 전경
  • 사진뻘다방

외국 향기가 난다

자연이 만들어낸 풍경을 가슴 벅찰 만큼 충분히 즐겼다면, 이제 사람이 만든 멋을 즐기며 조금 쉬어 가보자. 선재도에는 갯벌 풍경과 어우러진 이색적인 카페가 있다. 각종 포털 사이트에 선재도를 치면 연관검색어가 반드시 뜰 정도로 유명한 ‘뻘다방’이다.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예상치 못한 조화에 있다. 뻘다방에 서는 ‘낯섦’과 ‘익숙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외국 향기 물씬 풍기는 카페 인테리어가 낯섦을 대표한다면, 한국적인 맛이 진한 서해 갯벌은 익숙함을 대표한다. 전혀 닮지 않은 이 두 요소는 의외로 거북하지 않게 잘 섞인다. 다소 쓸쓸하고 허전해 보였던 서해 갯벌은 이곳과 만나 우아한 멋을 강조하게 되고, 자칫 번잡해 보일지 모르는 카페 전경은 넓은 갯벌 풍경에 바닷바람이 더해지며 여유로운 분위기로 탈바꿈한다. 이처럼 생각지도 못한 시너지 때문에 이곳은 인생사진 명소로 널리 알려져 연일 관광객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주문수
사진
장현선

목록


상단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