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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붉은 수돗물 사태를 진단하다"

붉은 수돗물 사태를 진단하다

지난 5월 30일 인천 서구에서 발생한 수돗물 사고는 정부가 합동조사 결과에서 밝힌 것처럼 무리한 수계 전환과 준비 부실, 초동 대처 미흡 등 공무원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일어난 인재다. 환경부는 수돗물안심지원단을 꾸려 대응했고, 7월 1일부터 지역별 수질 검사를 진행해 지난 7월 15일 인천시 수돗물이 블록별 수질 안정화 단계(3단계)라고 발표했다. 인천시는 지원단의 검사결과를 토대로 단계별로 신속하게 대응하고, 공촌수계지역 상수도 개선을 위한 단기, 중기 방안을 마련했다. 인천광역시의회는 관련 상임위원회인 산업경제위원회에서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전문가와 함께 간담회를 개최해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시의회는 지난 7월 조사특별 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해 모든 제반사항을 살피고 있다. 또 그동안 시 공무원들 사이에 한직으로 꼽혀온 상수도사 업본부의 인력 운용상 문제점이 없었는지도 꼼꼼히 따져볼 계획이다. 필요하면 의회 차원에서 시민토론회를 개최해 현장의 의견을 들을 계획이다. 깨끗한 수돗물을 넘어 건강한 수돗물 공급을 위해 의회저널에서 전문가와 함께 인천의 수돗물 공급체계부터 원인, 대책까지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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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수돗물 어떻게 공급되나

물은 공기와 함께 인류의 생존과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며, 이를 모든 국민들에게 빈틈없이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서비스하는 것은 복지 중에서 가장 기본 적인 복지를 충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상에서 인류 생활이 시작될 때에는 물을 얻기가 쉬운 하천 이나 강가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인구가 점차 증가하고 산업이 발전하며 도시화가 확대되면서 강이나 하천에서 직접 물을 획득하기가 어려워지자 지금의 상수도를 통하여 물을 공급받게 됐다. 현재 인천에서 사용되고 있는 상수도 체계는 아래 그림을 참고 하면 된다. 즉, 취수장에서 원수를 취수하여 도수관로를 통하여 정수장까지 운반한 후 정수장에서 우리 몸에 해롭거나 불필요한 물질을 제거한 후 송수관로를 통하여 배수지까지 이동하여 물을 보관하게 된다. 배수지의 물은 우리 가정이나 공장의 수요에 따라 배수관로와 급수관로를 통하여 공급된다. 인천의 경우, 취수장은 팔당댐 물을 취수하는 팔당취수장과 한강물을 취수하는 풍납취수장이 있으며, 도수관로, 송수관로, 배수관로 및 급수관로는 각종 형태의 관이 복잡하게 또한 길게 연결되어 있다. 2019년 5월 30일부터 인천 서구에서 발생된 붉은 수돗물 사태의 시작은 송수관로 상에서 발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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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수돗물 발생 원인은?

인천 서구의 붉은 수돗물 사태는, 공촌정수장 가동이 중지되고 인근에 있는 수산정수장에서 수계전환을 통하여 수돗물을 공촌정수장 계통에 공급하면서 시작됐다. 평상시 공촌정수장에는 풍납취수장에서 원수가 공급되고 있었지만, 당시 풍납취수장과 성남가압장의 전기 점검으로 공촌정 수장에 원수 공급이 중단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수산정수장으로부터 생산된 정수가 공촌정수장 계통으로 수계 전환이 될 때는, 공촌정수장에서 영종도로 수돗물을 공급하는 송수관로상 중간지점인 북항 분기점으로 연결되도록 되어 있다. 이 연결부를 통하여 수산정수장 정수가 공급될 때에는 영종도 방향으로는 원래 흐르는 방향과 동일한 방향으로 물이 흐르지만, 북항 분기점에서 공촌정수장 방향으로는 원래 흐르던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물이 흐르게 된다. 이때 사용되는 송수관은 1998년에 매설된 것으로, 노후로 인하여 관망 곳곳에 크고 작은 불순물이 붙어 있게 된다. 이러한 불순물은 물이 계속 같은 방향으로 흐를 때는 잘 떨어지지 않지만, 물이 다른 방향으로 흐르거나 압력의 급격한 변화가 있는 경우에는, 관로 벽면에 붙어있던 불순물이 흐르는 유속에 의하여 탈리되고, 탈리된 불순물이 수돗물 속에 섞여 소비자에게 공급되게 된다. 인천의 이번 사태는 이와 같은 원인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검암동과 당하동 등이 가장 먼저 피해를 입었는데 이는 이들 지역에 매설된 급수관로가 여러 곳에서 송수관로에 배수지 없이 직결되어 있어, 탈리된 불순물이 포함된 수돗 물이 배수지에서의 저류 없이 그대로 시민들에게 공급되었기 때문이다.

붉은 수돗물 제도적 문제

이러한 사고가 발생되고 곳곳에서 민원이 발생하면서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는 다시 공촌정수장 가동에 들어가 공촌 정수장 계통에 수돗물을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이때 정수지 및 배수지와 관내에 저류되어 있던 불순물이 포함된 수돗물이 관의 끝으로 이동하면서 영종도 지역에 오염된 수돗물이 공급되어 사고가 더욱 확대됐다. 수돗물을 공급하는 각종 시설과 관망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와 아울러, 관계 규정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제도상의 문제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원인분석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사고 초기 대응 미비(골든타임 대처 미비)
② 수돗물 위기 대응 매뉴얼 미비 및 위기 대처 부족
③ 수돗물 운영자의 상수도 관련 지식 부족(특히, 관망 운영 및 유지관리 부문)
④ 상수도 노후관 관련 투자 부족
⑤ 상수도 노후관 유지 관리 매뉴얼 미비 및 관리 부족
⑥ 상수도사업본부 내 우수 인력 배치 노력 및 양성 부족
⑦ 시민에 대한 수돗물 서비스 및 소통 부족
⑧ 상수도 시설의 과학적 모니터링 및 운영 설비 설치 부족과 운영 미숙

이와 같은 구조적 및 제도적 문제점은 비단 인천만의 문제라기 보다는 전국적인 문제로 볼 수 있다. 수돗물 문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나가는 것은 상수도 운영자의 운영미숙이나 부족 함뿐만이 아니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예산을 다루는 국회의원 및 지방 의회의원들의 관심 부족도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사실을 오래전부터 인지해 왔던 전문가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상수도 운영 또는 관련 기관을 설득하지 못 한 것과 평상시 시민들의 수돗물 관심 부족도 또 다른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시민들이 좀 더 나은 수돗물을 공급받겠다는 열망이 정부나 정치권에 제대로 전달이 되었다면 이와 같은 사태는 사전에 방지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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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수돗물 현재 상태는?

환경부 수돗물 안심지원단은 지난 7월 15일, 7월 1일부터 진행 해 온 지역별 수질(필터)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천 서구, 영종, 강화 전 지역이 3단계 블록별 안정화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급수 블록별 수용가 대표지점 수도 고지에 대한 샘플 조사 결과, 수질 기준과 필터 기준이 충족되면 수용가로 유입되기 전 단계인 급수관(블록) 수질 안정화 단계(3단계)로 판단했다. 인천시는 3단계(블록별 안정화) 조치 후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지역별 저수조 청소 안내를 통해 730개소에 대한 청소가 조속히 완료되도록 관리할 계획이다. 7월 13일 기준으로 406개소 는 청소 완료됐다. 학교는 안심지원단의 수질검사 결과를 기반으로 교육청과 급식 정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인천시 지역 맞춤형 수질개선 대책 마련

인천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촌수계지역 상수도 개선방안을 단기, 중기로 마련하고 지역별 맞춤형 수질 개선 대책을 수립했다.

우선 금년 내 서구·영종·강화지역의 상수도 수질 개선을 위해 ①노후관 등 조기 정비(13.1㎞), ②배수지 확대(3곳), ③스마트 워터 그리드사업 도입 검토, ④사고대응 및 재발방지를 위한 행정안전부 국민생활안전 긴급대응 연구사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2020년 이후에도 ①노후수도관 등 150㎞를 2025년까지 교체 및 정비하고, ②성산가압장~마곡간 도수관로 복선화, ③영종도 해저송수관로 복선화 건설, ④배수지 확충(4개소), ⑤관세척(15㎞) 확대 등 다양한 상수도 개선사업들이 차질 없이 진행 되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또 민관대책위원회에서 논의된 다양한 수질개선 대책안(학교 수질개선, 노후관 조기정비, 마을상수도운영개선, 영종정수장 신설, 영종 2차 처리시설 설치, 제3연륙교 상수도관 설치 등)에 대해서는 7월 출범되는 상수도 혁신위원회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된다.

인천시는 붉은 수돗물 피해지역인 서구 19만 9,000가구, 중구 영종도 3만 8,000가구, 강화 2만 4,000가구 등 26만 가구에 대한 6월분 수도 사용요금 100억 원을 전액 면제하기도 했다. 또 7월 수도요금 사용분도 수돗물 정상화 시기까지 사용량에 대해 지원대책피해보상협의회 등의 의견을 수렴해 감면이나 면제를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돗물 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의 소상공인에게 100억원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도 실시중이다. 긴급 융자지원을 위해 시는 인천신용보증재단에 8억 원의 특별출연금을 교부하고 인천신용보증재단은 농협은행을 취급은행으로 하여 총 100억원 규모로 업체당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장기 대책 마련 필요

앞으로 이와 같이 전국적으로 재발할 수 있는 사태를 철저하게 방지하고 더 나은 수돗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대책이 요망된다.

첫째, 인천시는 수돗물 공급에 대한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수돗물 공급 목표를 현재의 ‘깨끗한 수돗물’에서 ‘건강한 수돗물’로 바꾸고 상품으로서의 수돗물 공급을 어떠한 비전과 단계적 방향을 가지고 해 나갈 것인지, 수돗물을 공급하는 기존 시설의 운영과 유지관리를 어떻게 해 나갈지를 제시하고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야 한다. 여기에는 상수도 계획 전반, 운영 전반 및 인력 양성과 배치를 포함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패러다임 변화나 운영합리화를 적극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혁신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인천상수도혁신추 진단을 전문가와 민관 합동으로 구성하여 운영하는 것이 바람 직하다.

둘째, 인천상수도사업본부 관련 근무인력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과 개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하더라도, 이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직원의 노력이나 능력에 따라 운영결과가 상당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왜 상수도 관련 분야에 우수 인력이 근무하고 싶어하지 않는지, 왜 관리자와 운영자의 전문성이 크게 떨어지는지, 왜 수돗물에 대한 시민서비스 인식이 과거와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지, 새로운 혁신기술을 도입하고 운영 개선을 위한 노력 욕구가 저하되어 있지는 않는지 등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과 개선방안을 제시해 나가야 한다. 시민들의 욕구는 3만불 시대에 있는데, 수돗물을 시민들에게 서비스하겠다는 대한 인식은 1만불 시대에 머물고 있는것을 바꾸어야 한다.

셋째, 노후관에 대한 획기적 대처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20 년 또는 30년으로 되어 있는 노후관을 단순하게 교체만 해 나갈 것인가, 어떻게 하면 선진국과 같이 노후관의 갱생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단기간내 우수한 관망을 유지해 나갈 것 인가, 평상시 또는 비상시 노후관 또는 신설관에 대한 점검과 유지 관리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를 제대로 제시 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하여 제도의 정비, 투자의 활성화 또는 효율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넷째, 선진 물 관리 기술인 스마트워터그리드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적용해 나가야 한다. 지하에 있는 각종 수돗물 관련 시설들을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며, 비상시 실시간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스마트폰이나 정보판 등을 이용한 수돗물 정보 제공을 강화하고, 정보제공을 포함한 수요 자 서비스를 늘려 나가야 한다. 더 나아가 가정내 물탱크까지 관리하는 관리체계를 구축하여, 가정 내 수도꼭지까지 관리해 나가야 한다. 법령이나 조례등의 제도 정비와 함께 불만이나 궁금한 것을 과학적으로 해결해 나갈 워터닥터와 워터코디의 도입과 필요한 설비의 개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다섯째, 수돗물 인프라 시설의 개, 대체, 운영 및 관리, 수돗물 수질 개선, 대시민 서비스 개선을 위한 필요한 투자를 꾸준히 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필요한 시설의 구비 없이는 완벽한 수돗물 서비스를 이루어 나갈 수 없다. 이를 위한 재원은 수돗물 값을 통하여 조달하거나 정부나 지방정부의 일반회계로부터 제공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를 위한 종합적 검토와 장기 방향이 제시되어야한다.

이번에 우리 인천에서는 너무나 뼈아픈 수돗물 사태가 유발되었다. 그러나 이것을 단순한 사고로 치부하게 되면 앞으로 더 큰 수돗물 공급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 패러다 임을 확실히 바꾸겠다는 다짐과 함께 인천광역시, 시의회, 전문가, 시민단체, 시민들이 함께 지혜를 모으고 개선안을 도출하여 바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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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계운
인천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한국스마트워터그리드학회 회장

최계운 교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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