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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맛

"못난이가사랑받기까지"
물텀벙이특화음식거리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에는 ‘물텀벙이특화음식거리’가 있다. 미추홀구에서 지정한 특색음식거리로 아귀 요리를 취급하는 음식점들이 모인 장소다. 이곳은 197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인천항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아귀를 사용해 쫄깃한 육질과 담백한 맛의 요리들을 제공하고 있다.

주소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동 용현사거리 일대주소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동 용현사거리 일대

미추홀구에서 지정한 특화음식거리에서 즐길 수 있는 물텀벙이 요리미추홀구에서 지정한 특화음식거리에서 즐길 수 있는 물텀벙이 요리

물텀벙이로 불린 아귀

1814년, 정약전(丁若銓)이 쓴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아귀를 ‘낚시하는 물고기’라는 뜻의 ‘조사어(釣絲魚)’라 칭하며 그 속명을 ‘굶주린 입을 가진 생선’이라는 의미의 ‘아구어(餓口魚)’라고 명명한 기록이 있다. 아귀의 몸길이는 60cm 정도에 등은 회갈색, 배는 흰색이다. 머리 폭이 넓고 입이 크며 비늘이 없이 피질 돌기로 덮였고 등의 앞쪽에 촉수 모양의 가시가 있어 작은 물고기를 꾀어 잡아먹는다. 한마디로 흉하고 심술궂게 생겼다.
못난 생김새와 습성으로 인해 이 생선의 이름은 불교에서 말하는 ‘아귀(餓鬼)’에서 따오게 됐다. 불교에서는 살아서 탐욕이 많았던 자가 사후 굶주림의 물텀벙이특화음식거리귀신이 된 존재를 아귀라 하여, 역시 입이 크고 흉한 생김새를 가졌다고 표현했다. 물고기 아귀 또한 그와 비슷한 생김새에 자신의 크기만 한 물고기도 삼키는 탐욕스러운 식성을 가져 같은 이름을 얻었다.
인천에서는 아귀를 ‘물텀벙이’라고도 불렀다. 이 또한 역시 아귀의 생김새와 관련해 유래된 말이다. 아귀는 흉한 모양에 덩치만 크고 살이 없어 그물에 걸리는 족족 어부들이 재수 없다며 바다에 던져 버렸는데, 몸무게가 묵직해 물에 던지면 ‘텀벙’하는 소리가 유난스러워 물텀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사람들의 비호감을 살 정도로 흉하게 생겼던 아귀는 오랜 세월 푸대접을 받아왔다.

아구찜을 다 먹고 나면 밥을 볶아 먹을 수 있다.아구찜을 다 먹고 나면 밥을 볶아 먹을 수 있다.

생김새로 평가해서 미안해

그런데 아귀는 못생겼다는 이유로 내다 버리기엔 그 맛과 식감이 아까웠다. 때문에 한편에선 물텀벙이라는 명칭의 유래가 허구라 말하기도 한다. 먹을 게 드물었던 과거에 단지 생김새만으로 훌륭한 식재료인 아귀를 버렸을 리 없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비록 자산어보에 아귀의 조리방법이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그 명칭이 구체적으로 쓰여있는 점 등을 이유로 들어 아귀가 오래전부터 우리들 밥상에 올라왔다고 말한다. 오늘날 물텀벙이라는 별칭은 아귀의 생김새와 맛 사이의 격차를 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후대에 만들어진 이야기라 추측하는 것이다.
유래의 진위가 어떻든 아귀가 생김새와 달리 맛이 훌륭하다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실제로 아귀는 인천 지역에서 물텀벙이로 불렸을지언정 동해안 지역에서는 물꿩이라 불리며 고급 생선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아귀를 고급 식재 취급했고 영국 등지에서도 점차 외형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아귀를 별미로 취급해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아귀 간은 맛이 각별해 일부 미식가들이 푸아그라보다 훌륭하다고 평할 정도다. 이렇듯 아귀의 맛이 점차 부각 됨에 따라 생김새로 천대받는 일은 사라졌고, 물텀벙이라는 이름을 붙였던 인천에서도 아귀 요리가 점차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물텀벙이특화음식거리물텀벙이특화음식거리

물텀벙이로 거리를 채우다

인천의 물텀벙이는 6·25 전쟁 이후를 기점으로 오명을 씻었다. 더 이상 버림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까지는 아직 상품성이 높은 수산물이 아니었지만, 인천항 인근의 노동자들이 술 한잔하며 즐길 수 있는 값싼 안줏거리로 팔렸다. 이후 물텀벙이 요리는 1960년대 동인천역 부근 근로자들의 요깃거리로 명맥을 이어갔다. 1970년대 초에는 용현동으로 자리를 옮겨 생물 아귀찜과 아귀탕을 팔아 꾸준히 인기를 끌었고, 오늘날 널리 알려진 인천 물텀벙이 요리의 초석을 닦았다. 1980년대 들어서는 인천을 넘어 다른 지역까지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해 용현동에는 자연스럽게 물텀벙이 요리 전문점이 늘어 거리를 형성했다. 그 후 1999년,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된 아귀가 더 이상 물텀벙이로 불릴 이유는 없어졌지만 이 거리의 이름은 ‘물텀벙이특화음식거리’로 정해졌다. 이름 덕분인지 이곳의 물텀벙이 요리들은 인천의 진미라 해도 좋을 만큼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마치 지난날 물텀벙이가 당해왔던 설움을 녹여내기라도 한 듯 깊은 맛 속에 진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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