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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장] 지도자 전상서

  • 작성자
    인천신문
    작성일
    2009년 7월 9일(목)
  • 조회수
    428


 

지도자 전상서

[인천광장]이은석 인천시의회 의원


“전하, 새로운 문자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은, 지성(至誠)으로 명나라를 섬기는 일에 위배되는 일입니다. 또 새로운 글은 한문과 전혀 연관되지 않아 학문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아울러 새 문자 창제가 그리도 중요한 것이었다면 마땅히 재상들과 모든 백성의 의견을 수렴하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을 일이고, 또 군국기무를 위해 중요한 일이 아닌데도 새 문자를 만들고 사용하는 일을 우선순위에 두고 강행하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이듬해인 1444년(세종26년) 2월 20일. 당시 집현전(集賢殿) 부제학(副提學)인 최만리를 대표로 한 7인의 학사들이 상소를 올렸다. 훈민정음 반대상소였다. 당시 집현전 학사의 정원이 20명이었고, 상소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집현전 학사가 14명이었다고 한다. 겸직했던 인원을 감안하면 거의 모든 집현전 학사들이 한글창제와 사용을 강력하게 반대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상소에 직접 참여했던 7인의 학사는 모두 의금부로 내려 보냈다가 이튿날 석방됐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에게는 남들과 다른 강점과 또 고집이 있다. 그 강점과 고집이 그를 지도자로 만들었다는 자기 확신도 있다. 지도자는 참모들보다 훨씬 정확하고 또 비교할 수 없는 많은 양의 종합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다. 더불어 막대한 권한도 가지고 있다. 이 모든것이 한데 얽히면 참모들이 섣불리 지도자가 가는 길을 막아설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실제로 대부분의 경우 지도자의 판단이 더 종합적이고, 또 옳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만의 하나, 많은 문제를 잘 해결해 놓았어도 말끔하게 해결되지 못한 마지막 하나가 지도자에게 비수로 돌아오는 경우다. 지도자는 그 하나를 위해서 민심을 들어야 하고, 큰 문제가 없다면 빵을 달라는 민심에게 종합비타민보다는 빵을 줘야 옳다고 본다. 지도자의 뜻과는 무관하게 민심이 그를 지도자로 세운 이유가 ‘그라면 빵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면 말이다.


우리에게는 크고 작은 지도자들이 있다. 선거를 통해 뽑히는 지도자라면 그 누구도 유권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싶지 않은 지도자는 없다. 그러나 지도자가 마음먹고 확신에 차서 가는 길에 민심이 언성을 높이고, 반대의 목소리로 길을 막고 서 있으면 지도자도 언짢다. ‘종합비타민이 훨씬 좋은데, 왜 무지하게 그걸 모르고 빵을 찾느냐’고 말한다. 참다 참다 지도자는 또 말한다. “후대가, 또 역사가 평가해 줄 것이라고.”


그러나 지도자는 명심해야 한다. 그를 지도자로 만들어 준 것은 후대가 아닌 현재이며, 역사가 아닌 동시대라는 사실을 말이다. 진정한 지도자는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도 철저히 준비해야 할 책무가 있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최선을 다해야 할 책무가 있다. 다소 어리석고 이치에 맞지 않는 소리라 생각하더라도 지도자가 되기 전 민심을 찾아다니며 한 표를 호소했던 그 때를 생각해야 한다. 다소 번거롭고 길을 돌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려도 몸을 낮춰 민심의 허탄한 소리들을 성의 있게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곤장을 치는 한이 있더라도 여기저기서 공명하는 민심의 울림들만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민심도 조금은 너그럽게 기다려줘야 한다. 악평에 시달리고 싶어 일부러 못하는 지도자는 없다. 믿고 세운 지도자라면 힘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잘하지 못한 일이 있다면 한 번 더 잘해보도록 등을 두드려줄 필요가 있다. 미우나 고우나 그의 성공이 우리 삶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들끓는 민심을 가르고 나가는 오늘, 우리 지도자가 동시대를 거쳐 후대에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를 생각해보면 마음 조이는 부분이 없지 않다. 그래도 한번은 그의 등을 두드려주는 여유도 필요하다고 본다.


예부터 ‘민심은 하늘’이라고 했고,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라고 했다. 아무리 잘난 지도자라도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길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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