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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작성자
    경인일보
    작성일
    2011년 4월 19일(화)
  • 조회수
    511


[기고]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노현경 (인천시의원)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이것은 T.S. 엘리엇(Eliot)의 시 '황무지'(The Waste Land)에서 나온 말이다. '황무지'에서의 4월은 만물이 소생하고 생명을 움트는 봄이지만 현실은 세계대전 직후 정신적 황폐화로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삶을 살아나가고 있다. 그래서 4월은 잔인한 달이다. 엘리엇은 이 시에서 전후(戰後) 서구의 황폐한 정신적 상황을 '황무지'로 형상화해 표현하고 있다.

우리의 4월도 어느 새 잔인한 달이 되어 버렸다. 카이스트에서 피어나지 않은 꽃봉오리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보고 무엇이 저들을 절망의 세계로 이끌었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앞뒤 좌우를 아무리 살펴봐도 도저히 해결 방안과 자신의 도피처를 찾지 못하게끔 한 상황이 무엇일까. 자살이 여러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어 그 원인을 단적으로 규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카이스트 사태를 '지나친 성적 중심의 가치관'으로 보는 견해에 많은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성적은 살아가기 위한 많은 도구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자신의 가장 큰 자존심이며 삶의 전부라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서 나쁜 성적은 그들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이라 생각할지 모른다. 이런 사람들에게 나쁜 성적으로 발생하는 학교 수업료 문제가 자신의 가족에게까지 부담을 주게 될 때 절망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래서 죽음이라는 도피처를 찾게 되었을지 모르겠다.

실패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 학생들은 살아간다는 것(삶)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다. 진정 살아간다는 것에는 많은 실패의 경험과 실패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신의 조그마한 경험으로 삶을 예단하거나 낙담하기 쉽다. 그래서 우리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삶의 가치를 가르쳐야 하며 실패를 극복할 용기를 가르쳐야 한다. 힘든 가운데 성공한 사람의 역사를 가르쳐야 하며 많은 어려움 가운데서도 견디며 꿋꿋이 살아온 부모의 위대함을 가르쳐야 한다.

교육은 '삶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다. 국어·영어·수학만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의 전부가 아니다. 힘든 가운데 일어선 수많은 사람들의 용기, 정의를 위해서 목숨을 건 사람들을 가르쳐야 한다. 그러한 용기와 정의란 바탕 위에 국영수라는 삶의 도구를 가르쳐야 한다.

우리 교육은 바뀌어야 한다. 행복하고 성공한 삶이 반드시 성적순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삶은 안 가 본 미래 세계를 개척하는 것이어서 용기를 가지고 그 세계를 개척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얼마 전 인천의 한 중학교에서 '상위 5% 학생에게 우선 급식을 하려 했던' 성적 지상주의 구태 교육 방식으로는 다양한 삶의 가치를 가르칠 수 없다. 삶의 가장 중요한 정신적 가치는 주로 초등·중등교육을 통해 이뤄진다. 만약 좀 더 일찍 교육을 통해 삶의 다양한 가치를 가르칠 수 있다면 카이스트 일처럼 어린 꽃봉오리가 안타깝게 지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T.S. 엘리엇(Eliot)의 시 '황무지'에서는 전후(戰後) 서구의 잔인한 4월을 말하고 있지만 지금 우리에겐 빠른 경제성장 그늘에서 발생하는 가장 잔인한 4월을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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