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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문

[인천시의원 발언대] 임지훈 교육위원 "사제간 아름다운 관계 되살려야"

  • 작성자
    인천일보(총무담당관)
    작성일
    2020년 5월 28일(목)
  • 조회수
    751
[인천시의원 발언대] 임지훈 교육위원 "사제간 아름다운 관계 되살려야"

  • 이주영
  • 승인 2020.05.28


 


코로나19로 힘든 시기 모처럼 주말 오후 집에서 여유를 부렸다. 한참 TV를 보다가 한 예능프로그램이 눈에 들었다.

정년퇴직을 앞둔 중년의 선생님과 젊은 제자들이 함께 모여 밥 한끼를 나누는 장면이다. 마치 아들이 아버지를 대하듯 제자들은 선생님을 살뜰히 챙겼다. 하나부터 열까지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표현하며 다시 중학교 시절 스승과 제자로 돌아갔다.

덩치 큰 어엿한 대장군들이 온갖 애교까지 부리며 하는 행동들에 선생님은 어색했지만 한편으론 가슴이 찡했다. 바로 오래 묵은 사랑과 켜켜이 쌓은 진심이 마주했기 때문. 이내 중학교 시절부터 연을 이어온 한 제자의 가슴 뭉클한 손편지가 전해진다. 군대 입대를 앞둔 청년이었다. 식당 안이 순식간에 정적이 흘렀다.

“아버지! 정아무개 선생님께('아버지'라는 한 마디에 선생님 가슴에 '쿵'하는 울림과 소리 없는 떨림이 진동했다). 항상 건강하시고 함께 있을 것만 선생님이 내년에 정년퇴임을 한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중략) 선생님의 가르침 덕분에 저희가 깊이 있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비록 떠나가도 전해주신 깊은 울림과 떨림은 오래도록 남겨질 것입니다. 사랑합니다!”

지난 5월15일, 벌써 39번째 스승의 날이 지나갔다. 물론 콕 찍어 스승의 날만 기억하고 추억하는 건 아니리라. 그럼에도 지난했던 스승의 날을 회상해보면 오늘날의 기념식과는 또 다른 낭만이 서려 있다.

본 의원이 다녔던 학창시절엔 선생님 그림자조차 밟지 말라는 잠언이 있었다. 그만큼 선생님이란 존재는 엄하고 무섭고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그런데도 그렇게 크고 어려웠던 선생님이었지만 언제나 친구처럼 부모처럼 심적으로 큰 의지가 되었다. 코흘리개 시절엔 엄마 같은 선생님이 얼굴도 씻겨주고 도시락도 챙겨주었다. 사춘기 중학교 시절엔 아빠 같은 선생님이 때론 용돈도 주면서 든든한 힘이 되어주었다. 어른 흉내 내던 고등학교 시절엔 등록금도 챙겨주고 옷도 사주고 자상한 할아버지가 되어주었다.

이런저런 추억들이 모여 스승의 날엔 그야말로 스승과 제자가 하나가 되는 시간이었다. 가난한 집안의 학생은 그런대로 정성스럽게 손편지를 쓰고 손수 만든 털장갑을 선물로 드렸다. 있는 집안의 학생들도 엄마의 힘을 빌려 백화점 목걸이를 장만해 그만의 선생님 사랑을 표현했다. 제각각 나름대로 '동고동락 희로애락'했던 선생님의 사랑에 진심으로 보답하는 날이 바로 그 시절 스승의 날 장면이다.

그로부터 몇십 년이 지난 요즘 스승의 날은 어떨까.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그만큼 애틋함을 많이 잃은 듯하다. 만남과 헤어짐과 그리움의 낭만도 그만큼 사라졌다. 대신 학교폭력, 교권 추락, 교육격차 같은 말들이 차갑게 등장했다. 심지어 전교조 등 교사단체에선 스승의 날 폐지, 교사의 날 전환 등도 요구됐다. 스승과 제자라는 열정 대신 학생과 교사라는 냉정한 시선만이 덩그러니 남아있다.

'줄탁동시'라 했던가. 알 속에 있는 어린 병아리가 안에서 껍질을 찍는 '줄'의 신호를 보내면 밖에서 어미 닭이 함께 쪼아주는 '탁'의 순간 즉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관계라는 뜻. 이것이 조선시대 이후로 대한민국을 관통했던 백년대계 교육 역사의 스승과 제자 관계다. 즉 스승과 제자는 하나의 심장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다.

흔히 가르치지 못할 사람도 없고 배우지 못할 사람도 없다고 했다. 사제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선생은 있어도 스승이 없고 학생은 있어도 제자는 없다고 하는 시대다. 그러나 인생에서 평생 잊지 못할 스승과 제자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 사람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스승과 제자다. 이제 다시 참다운 스승과 진정한 제자의 아름다운 관계를 써내려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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