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바이오 도시

"인천을 바라보다"

인천 중구 도시재생지 답사기

2009년 인천시는 ‘의료바이오 허브’를 기치로 내세우며 첨단의료복합단지 지정 공모에 참여했지만 탈락했다. 필자는 작년 말에 인천테크노파크에서 주관하는 연구모임에서 당시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사업의 기획에 참여했던 분으로부터 중앙정부는 사업의 유력 대상지로 송도국제도시를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지역균형발전 논리에 밀리면서 오송과 대구시가 선정되었다는 말씀을 들었다. 비수도권 출신으로서 지역균형발전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국가적으로는 큰 기회비용을 치렀다고 생각한다. 첨단복합의료복합단지 계획 수립 시 2018년 이후에는 자체적으로 운영경비를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되었지만, 현재까지 국고 지원을 받아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에 송도국제도시는 최근 잇따른 국가공모사업을 유치하면서 국내 바이오산업의 핵심 클러스터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의 성장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들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민간기업들의 성공적인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생산 네트워크 진입 전략이다.

IFEZ의 조성 초기에 입주한 셀트리온을 필두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위탁제조와 바이오시밀러에 강점을 지닌 업체들이 집적하면서 송도국제도시는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생산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거점으로 부상하였다. 기존 대기업의 장기간 대규모 투자에 의존하던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생산이 표준화와 모듈화 과정을 거치면서 분업체제로 전환되었고 그 과정에서 위탁생산과 바이오시밀러라는 분야를 초기 진입 모델로 선정하고 집중적으로 투자한 셀트리온의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하면서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의 비즈니스 모델로 확대 재생산된 것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요소는 인천시와 IFEZ의 지원과 유치 노력의 결실이다.

예산상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인천시는 인천테크노파크의 바이오산업센터 운영을 통해 공동실험실 운영, 바이오 분석 서비스 제공, 그리고 ‘인천바이오산업협의회’ 를 통한 산·학·연·병 네트워크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였다. IFEZ는 공항만 접근이 쉬운 저렴한 부지와 쾌적한 정주 환경을 이용하여 바이오산업 분야의 외국투자기업의 유치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

마지막으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앵커 기업들과 인천시 그리고 IFEZ는 협력적인 관계를 토대로 바이오산업 부자재 국산화, 바이오 공정전문 인력양성센터와 K-바이오 랩 허브 유치를 비롯한 다양한 정책사업의 발굴과 유치를 공동으로 추진하였다.

돌이켜보면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의 성공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향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협력은 현재의 성공시대를 여는 토대가 되었다.

 

이제는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 단계를 넘어서 바이오 도시 인천의 미래를 구상하고 준비할 때이다. 그런 점에서 인천시의 바이오 뉴딜은 바이오 도시 인천으로 가는 유의미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바이오 뉴딜 계획은 송도국제도시가 지닌 국제적인 바이오의약품 생산거점의 지위를 강화하면서 혁신적인 바이오클러스터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과제들을 체계적으로 담아내었다. 다만 필자는 앞으로 다가올 바이오 인천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바이오 뉴딜을 다소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2025년이 되면 인천시 바이오산업 생태계는 지금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현재 시범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바이오 공정인력양성센터는 2024년부터 전문인력을 배출할 예정이며, 거의 5천억 원이 투자되는 국내 최대 바이오 창업 인프라인 K-바이오 랩 허브도 2025년에는 운영에 들어갈 것이다. 인천TP가 추진하는 바이오융합산업기술단지도 2024년 조성 완료될 예정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는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를 넘어서 ‘바이오 도시 인천’으로 옮겨가는 거대한 변곡점의 시작점에서 있다.
‘바이오 도시 인천’의 구상은 인천광역시의회가 주도하는 아젠다가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현재와 같은 거버넌스 체제와 사업 추진 방식으로 담아내기에는 과업의 범위와 수준이 높으므로 상당한 예산 투입을 수반한 조직 개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천시 신성장산업과의 바이오 팀, IFEZ 신성장산업과의 바이오팀 그리고 인천TP의 바이오산업센터로 나누어진 지금의 거버넌스 체계로 2025년을 맞이한다면 ‘바이오 도시 인천’은 구호로 끝나고 말 것이다. 보스턴의 성공사례를 이끈 2008년 매사추세츠로 돌아가 보자. 당시 보스턴이 위치한 매사추세츠주는 10년 동안 1조를 투자하는 10년 장기계획인 매사추세츠 생명과학 이니셔티브(Massachusetts Life Sciences Initiative)를 통해 매사추세츠 생명과학센터를 설립하고 민·관 협력을 통해 지금의 글로벌 바이오 도시 보스턴을 만들어내었다. 코로나 백신 개발에 성공한 모더나가 바로 매사추세츠 생명과학 이니셔티브를 통해 탄생한 바이오 도시 보스톤의 작품이다. 이제 인천시가 K-바이오 시대를 열어갈 차례이며, 시의회가 새로운 물결을 선도해야 한다. K-바이오 시대를 선도하는 바이오 도시 인천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전략적인 논의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

첫째, 바이오 도시 인천을 전략적으로 선도할 거버넌스 구조의 개편이 필요하다.

인천시, 인천TP, IFEZ에 분산된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들이 아닌 통합된 비전을 전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의 설립이 필요하다. 인천시가 하나의 유기적인 바이오산업 육성 허브로 성장하기 위한 비전과 전략의 수립과 시행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수준의 지원조직이 필요하다. 새롭게 탄생하는 조직은 연구개발에서 사업화와 엑셀러레이팅까지 포함하는 명실상부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늦어도 2022년 말까지는 바이오 도시 인천을 설계하고 이끌어갈 새로운 조직의 정비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두 번째, 바이오 도시 인천을 이끌어갈 거버넌스 체계의 정비는 새로운 융합에 기반을 둔 바이오산업 정책의 전개를 촉진할 것이다.

즉 바이오산업을 다양한 산업 분야와의 연계를 통한 융합을 주도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우선, 최근 AI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전환과 연계한 AI 기반 바이오신약 생태계 조성을 바이오 도시 인천의 주요한 핵심 전략 방향 중의 하나로 추진할 수 있다. 특히 인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첨단복합의료단지 지정과 관련해서 백신 허브와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AI 산업 육성은 서울 혹은 지역균형을 고려한 비수도권 도시를 중심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지만, 바이오산업과 연계한 AI 산업의 육성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특화형 AI 산업은 인천시가 상대적인 강점을 지닐 수 있다. 다음으로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웰니스 관광과 연계한 맞춤형 헬스케어 산업이다. 현재 마크로젠과 EDGC와 같은 국내의 유수한 유전체 분석기업들이 송도국제도시에 입주해 있으며, 이들은 웰니스와 연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인천시 소재 병원들의 역량과 공항만 접근성 그리고 복합리조트 기능들을 결합한다면 웰니스 연계 맞춤형 헬스케어 산업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웰니스 산업과 연계한 맞춤형 헬스케어 산업의 육성은 인천시민들의 삶의 질 개선과 연계되어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다.

마지막으로 바이오 도시 인천을 구상하면서 바이오 분야 인재들의 정주지원을 위한 정책발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바이오 도시 인천의 성장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지닌 글로벌 인재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특히 재외 우수 바이오 인재들의 국내 창업과 정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검토가 필요하다. 향후 글로벌 바이오 인재들의 정착과 체류를 지원하는 환경 정비를 통해 바이오 도시 인천의 개방형 혁신을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정부는 바이오 도시 인천에 크게 배팅을 했다. 이제 인천시가 답할 때이다.

 

서봉만

인천연구원 도시정보센터장

목록


상단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