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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공원 호수 가는 길

인천대공원

새로 산 향수를 뿌리는 것처럼, 설렘이 솔솔 피어오르는 어느 아침. 슬며시 창문을 여니, 사각 프레임 밖의 풍광이 눈가에 스며들었다. 자연채광 아래 펼쳐진 한 폭의 수채화는 내게 지그시 손을 내밀었다. 순간 그 유혹에 어쩔 수 없어 집을 나섰다. 계절의 미학에 마음의 보자기를 펼쳐 아름다움을 담기로 한 것이다. 나의 심장은 미세하게 뛰었고 팔과 다리는 사뿐사뿐 나비춤을 추는 형상이었다. 거리는 꽃내 음과 나무 내음이 스멀스멀 피어오를 만큼 활기참 그 자체였다. 인천대공원행 버스에 올라타 안구 마우스로 거리 이곳저곳을 클릭 하는 기분이 쏠쏠했다. 세상에는 존재만으로도 아름다운 사물로 자리매김 하는 것들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저기 보이는 들녘의 땅속인 것 같았다. 우리가 잠자는 사이에 알게 모르게 뼈에서 피가 만들어지 듯, 저 밑 땅속은 일 년 내내 새로운 생명을 위해 수많은 신생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일까. 살아 숨 쉬는 내 몸의 세포에서 긍정에너지가 만들어지는 느낌이었다. 저 들판에 돗자리를 깔고 정다운 친구와 차 한잔 놓고 세상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쏟아 내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나는 그런 알록달록한 생각을 하면서 들녘을 향해 훈훈한 눈웃음을 살포시 날려 보냈다. 공원 입구에는 장승처럼 도열 된 키 큰 나무들 사이로 풀빛 바람이 수줍은 자태로 입장객을 반겨주었다. 산책길 주변 풀 섶과 돌 틈새에는 묵묵한 음영이 들락날락하는가 싶더니, 시간이 지나니 풍성한 햇살이 건강한 호흡을 하게끔 도와주었다. 공원 안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들어설 때마다 폐부가 한결 깨끗해지는 기분이었으니까. 먼발치에서 인천대공원의 명물인 호수가 어서 오라고 손짓하기에, 그리운 연인을 찾아 나서는 심정으로 얼른 그곳에 당도했다. 평균 수심 1.5m의 엄청난 담수량을 자랑하는 그곳은 다양한 물새와 곤충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 등이 서식하는 친환경 생태 해양호수이다. 게다가, 이 호수는 진심이 소통되는 장(場)이기에, 늘 익숙한 눈빛으로 반겨주는 어머니 품 자락 같기도 하다. 떼 지어 유영하는 잉어, 붕어, 향어의 모습과 간헐적으로 나래짓 하는 왜가리, 백로, 해오라기의 모습을 보면, 지친 영혼을 자유롭게 해주기에 충분하니까. 꼭 무슨 사연을 들려줘야 하는 의무를 지닌 것처럼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호수는 뙤약볕에도 대수롭지 않은 듯 큼지막한 꽃을 피우는 해바라기처럼 강한 생명력을 지녔다. 살포시 호수를 향해 시선을 던진채 몰입 지수를 한층 높이니, 순간 온몸으로 한껏 감흥이 배가되는 느낌이다. 궁극의 아늑함도 가질 수 있었다. 드넓은 호수는 나의 심정을 꿰뚫기나 하듯, 물길 따라 나의 사념(邪念)을 잔잔히 흘려보내면서 나지막이 희망의 속삭임을 전해주었다. 이렇듯, 긍정의 스위치를 켠채 호수와 독대하니, 동안거를 파한 선승이 만행에 나선 것 마냥 마음이 나이만큼 안늙는 느낌이었다. 내 마음을 아내에게 문자전송 했더니, 호의적인 반응을 나타내면서 젊은이처럼 하트 모양의 이모티콘을 보내왔다. 인천대공원 호수 둘레를 두어번 돌다가 빠져나오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앞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어주는 활기찬 워라밸(Work-Life Balance) 인생을 영위하면서 아름다운 삶을 구가하자고.

신승남(부평구 안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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