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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원도심의 기억을 담아 발효하는 청년기업

"인천맥주"

박소연 시민기자 · 중구

인천맥주

신포동 개항로 골목, 오래된 건물 사이에서 불이 켜진 공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인천맥주’는 인천 중구 신포동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로컬 크래프트 비어 제조사이다.

다시 숨 쉬는 동네를 꿈꾸는 인천 토박이

박지훈 대표인천맥주 박지훈 대표. 인천에서의 개인적 기억이 브랜드의 출발점이 됐다.

인천맥주를 운영하는 ‘인천 토박이’ 박지훈 대표는 학창 시절을 보냈던 중구 일대와 부모가 운영하던 가게에 대한 기억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한때 인천의 중심이었던 시내가 점차 활기를 잃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는 “이 동네가 다시 숨 쉬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양조장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술을 만드는 회사를 넘어, 동네의 이야기를 브랜드로 남기는 일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인천의 모습을 담은 ‘개항로 맥주’

인천맥주의 정체성은 ‘인천다움’이라는 한 단어로 압축된다. 세련되고 팬시한 이미지보다는 거칠고 투박한 감각을 선택했다. 로고와 시각 요소에는 지역 노포를 모델로 한 공예사와 간판화가의 작업이 반영됐다.

모던보이 시대의 분위기와 항구 도시 특유의 질감은 공간 연출부터 맥주 디자인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검은 병에 굵은 글씨로 적힌 ‘개항로’라는 이름. 반듯하지 않은 서체와 묵직한 병의 모습은 요즘 유행하는 세련된 크래프트 맥주와는 분명 다른 결이다.

“여기는 팬시한 동네가 아니잖아요. 개항로는 좀 거칠고, 글씨도 두껍고 그런 이미지의 동네라고 생각했어요.” 개항로 맥주는 그렇게 동네의 성격을 닮은 술로 완성됐다.

매장 냉장고에 진열된 인천맥주 라인업매장 냉장고에 진열된 인천맥주 라인업. 각 맥주에는 서로 다른 인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대표 제품 ‘개항로 맥주’대표 제품 ‘개항로 맥주’

지역성이 희석되지 않도록, 천천히 나아가는

맥주에 대한 철학 역시 분명하다. 인천맥주는 ‘맥주다운 맥주’를 지향한다. 보리 향이 살아 있는 라거부터 가볍고 상큼한 에일, 계절에 맞춰 선보이는 한정판까지 대중성과 실험적인 시도를 균형 있게 담아낸다. 유통 역시 무리한 확장보다는 인천 안에서의 밀도를 우선한다. 지역성이 희석되지 않도록,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천천히 나아간 다는 원칙이다.

사람을 모으는 작은 움직임 ‘개항로 프로젝트’

이들의 행보는 지역 협업으로 확장된다. 요식업자, 디자이너, 창작자들이 느슨하게 연결된 ‘개항로 프로젝트’를 통해 서로의 공간과 자원을 나눈다. 골목에서는 공연이 열리고, 사람들은 다시 이 거리를 찾는다. 거창한 구호나 계획은 없지만, 이러한 작은 움직임들이 원도심에 새로운 활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맥주 한 병으로 기억되는 동네

인천맥주는 세상을 바꾸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이동네가 기억되기를 바란다. 맥주 한 병을 마시기 위해 사람들이 다시 신포동을 찾고, 그 과정에서 골목과 가게, 사람을 함께 떠올린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조용하지만 꾸준한 이들의 행보가 ‘우리 동네 영웅’이라 불릴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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