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날개를 단 바리스타들
"카페 어울림 탐방기"윤지운 시민기자 · 부평구

찬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어느 날, 따뜻한 온기가 그리워 부평구의 한 골목에 자리한 ‘카페 어울림’으로 향했다. 깔끔한 외관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여느 카페와 다름없이 향긋한 원두 내음이 마스크를 뚫고 들어와 언 몸을 녹여주었다.
우리는 흔히 ‘영웅’이라고 하면 영화 속에 나오는 거창한 능력을 가진 존재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우리 일상 가장 가까운 곳에서 편견에 맞서 제2의 인생을 힘차게 열어 젖힌 이웃들이 있다. 바로 이곳, ‘카페 어울림’에서 인생의 2막을 내리고 있는 은빛 바리스타들이다.
나이라는 숫자에 굴복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그 열정 자체가 이미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의 면모였다.
‘카페 어울림’은 단순한 동네 찻집이 아니다. 이곳은 부평구 노인인력개발센터에서 운영하는 노인 사회활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탄생한 공간이다. 은퇴 후 사회의 주변부로 물러나는 대신, 전문 바리스타 교육을 이수한 어르신들이 직접 에스프레소 머신을 다루며 당당한 경제 활동의 주체로 참여하는 일터다. 현재 부평우체국점, 부평국민체육센터점 등 부평구 곳곳에서 운영되며 지역 주민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점심시간이 막 지난 무렵이라 그런지 카페 안은 무척 분주했다. 카운터 너머로 멋진 중절모와 단정한 유니폼을 맞춰입은 바리스타들의 뒷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밀려드는 주문 알림 소리에도 그들의 움직임에는 당황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샷을 추출하고, 스팀 피처를 기울여 우유 거품을 내는 모습은 영락없는 프로 그 자체였다. 젊은 사람들도 배우기 쉽지 않은 수십 가지의 메뉴 레시피와 복잡한 기계 조작법을 익히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방울을 흘렸을까.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일에 몰두하는 그 뒷모습만 으로도 수많은 이야기가 전해지는 듯했다. 나이라는 숫자에 굴복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그 열정 자체가 이미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의 면모였다.

주문한 따뜻한 카페라떼를 받아 들고 카페를 나섰다. 쌀쌀한 거리에서 조심스레 뚜껑을 열어보니, 몽글몽글하고 고운 우유 거품 위에 정성스럽게 그려진 하트 모양의 라떼아트가 나를 반겼다. 프랜차이즈 카페들의 기계적인 속도전과는 다른, 조금은 느리지만 투박한 진심이 꾹꾹 담긴 한잔이었다. 이 온전한 하트 하나를 그려내기 위해 수없이 연습했을 그 떨리고 신중한 손길이 상상되어 추운 겨울날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졌다. 컵 홀더에 적힌 ‘어울림’이라는 이름처럼, 이곳은 커피를 매개로 삭막한 도심에서 세대와 세대를 따뜻하게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었다.
스스로 활력을 만들어내고, 그 건강한 에너지로 지역 사회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어주는 분들. 오늘 내가 마신 것은 단순한 커피 한 잔이 아니었다. 그것은 세월의 연륜이 빚어낸 깊고 진한 향기이자, 식지 않는 열정이 만들어낸 가장 따뜻한 위로였다. 부평의 골목을 지키는 우리의 은빛영웅들, ‘카페 어울림’의 바리스타들에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