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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숲을 지나 진짜 숲으로,

"아이와 함께 걷는
자연 여행"

부평구 · 윤지운 시민기자

장수산 산책로

일상과의 단절

온화한 날들이 반가우면서도, 달력에 촘촘히 박힌 빨간날이 유독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론 ‘이번엔 또 어디를 가야 하나’ 하는 무거운 책임감이 어깨를 누른다. 유명한 테마파크는 이미 인산인해일 것이 뻔하고, 꽉 막힌 고속도로 위에서 시간을 허비할 생각을 하면 출발 전부터 피로가 몰려온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거창한 유람선이나 화려한 퍼레이드가 아니다. 그저 아이의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바쁜 일상 속 놓치고 살았던 따뜻한 대화를 나누는 ‘밀도 있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위해, 기자는 멀리 외곽으로 나가는 대신 집에서 가까운 동네 뒤편, 청천동 장수산 자락에 숨겨진 비밀의 숲으로 향했다. ‘부평숲 인천나비공원’이 바로 그곳이다.

공원 입구를 지나 장수산 산책로로 접어드는 순간, 신기하게도 세상의 소음이 뚝 끊긴다. 빽빽한 아파트 단지와 바쁘게 지나다니는 자동차 소리 대신, 부드러운 봄바람과 이름 모를 산새 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스마트폰 화면에만 고정되어 있던 초등학교 2학년 조카의 시선도 자연스레 돋아나는 초록빛 새싹들로 향했다. 어른에게는 평범한 산책로지만, 아이에게는 이곳이 곧 거대한 탐험의 시작점이다.

지식과 탐구 - 꼬마 파브르를 위한 ‘자연교육센터’

장수산 산책로

산책로 초입에서 가장 먼저 방문객을 반기는 곳은 사계절 내내 생태 체험이 가능한 실내 전시관인 ‘자연교육센터’다. 1층과 2층으로 나뉜 전시실은 단순히 박제된 곤충을 늘어놓은 딱딱한 박물관이 아니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흔히 볼 수 없는 국내외 희귀 곤충 표본들이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금속 공예품처럼 반짝이는 비단벌레나 어른 손바닥만 한 세계의 거대 나비 앞에서는 어른들도 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조성된 숲 생태계 디오라마(축소 모형)는 땅속, 물속, 숲속에 사는 곤충들의 숨바꼭질을 한눈에 보여준다.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아이의 호흡이 달라질 때였다. 평소 같으면 ‘빨리빨리’를 외치며 뛰어다녔을 아이가 돋보기 너머로 장수풍뎅이의 뿔을 관찰하기 위해 스스로 발소리를 죽이고 숨을 참는다. 움직임은 느려졌지만 작은 생명을 탐구하는 아이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났다. 자연교육센터는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동시에 우리가 자연과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 넌지시 알려주는 훌륭한 교과서다.

자연과의 교감 - 흙길과 소리 동산, 아날로그 감각 깨우기

전시관 관람을 마쳤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숲을 온몸으로 즐길 차례다. 장수산 무장애 나눔길을 따라 조성된 완만한 흙길과 데크길은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부부부터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까지 삼대가 함께 걷기에 부담이 없다.
산책로 한쪽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소리 동산과 체험 공간이 있다. 화려한 불빛이나 자극적인 전자음이 나오는 상업적 놀이 기구는 단 하나도 없다. 대신 거대한 나무 실로폰을 두드리고, 냄비 뚜껑과 재활용품으로 만든 커다란 북을 치며 자연의 재료로 직접 소리를 만들어낸다.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뭇가지를 주워 북을 치고, 흙을 만지며 자신만의 놀이를 창조한다. 흙 묻은 손으로 숲속을 누비며 통나무 다리를 건너는 모습은 그 어떤 비싼 장난감보다 값진 경험이다. 인공적인 자극 없이도 자연 속에서 온전히 자신의 감각에 집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른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어쩌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준비된 놀이를 강요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찾은 안식처

장수산 숲길 정자에 앉아 미리 준비해 온 시원한 물을 나눠 마시며 흙투성이가 된 아이의 해맑은 얼굴을 마주 보았다. 멀리 떠나야만 얻을 수 있다고 믿었던 휴식과 대화는 사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 작은 숲속에 있었다.
이번 주말, 거창한 계획과 긴 운전 시간에 지쳤다면 가벼운 운동화 차림으로 동네의 숨은 명소를 찾아보자. 아이의 느린 보폭에 맞춰 걷다 보면, 늘 지나치던 우리 동네의 아름다움과 가족의 따뜻한 온기를 동시에 발견하게 될 것이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괜찮다. 아이와 눈을 맞추고 걷는 그 모든 길이 가정의 달 우리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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