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오후,
엄마와 함께 걸은동구 · 한보현 시민기자

따뜻한 햇살과 초록빛 나무가 가득했던 초여름 오후, 어머니와 함께 인천 동구 송현근린공원을 찾았다. 가볍게 산책도 하고 동네를 조금 더 깨끗하게 만들어 보자는 마음으로 비닐봉지와 장갑을 챙겨 플로깅을 진행했다. 이날 송현근린공원에는 산책을 즐기는 주민들과 운동을 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주민들도 있었고, 반려견과 함께 공원을 걷는 시민들도 볼 수 있었다. 초여름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 덕분인지 공원 전체가 한층 여유롭게 느껴졌다. 플로깅(Plogging)은 걷거나 뛰며 길가의 쓰레기를 줍는 환경정화 활동이다. 최근에는 건강과 환경을 함께 챙길 수 있는 생활 속 실천으로 알려지며 많은 시민이 부담 없이 참여하고 있다. 특별한 준비 없이도 일상 속 산책처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플로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송현근린공원을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살펴보니 생활 쓰레기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벤치 아래에는 사용한 물티슈가 구겨진 채 놓여 있었고, 산책로 주변에는 과자 봉지와 음료 컵, 광고 명함 등이 눈에 띄었다. 화단 근처에는 담배꽁초도 적지 않았다. 특히 사람들이 잠시 쉬어 가는 벤치 주변에는 작은 쓰레기들이 예상보다 많았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이나 화단 사이에도 쓰레기들이 남아 있었는데,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던 공간이라 더욱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직접 쓰레기를 줍기 시작하니 공원의 모습이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하나둘 쓰레기를 주워 담다 보니 준비해 간 봉투도 금세 채워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생각보다 쓰레기가 많구나”라는 이야기를 어머니와 여러 번 나누게 됐다. 작은 쓰레기 하나라도 누군가 치우지 않으면 그대로 남는다는 점에서, 일상 속 작은 실천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플로깅을 하며 가장 좋았던 점은 어머니와 함께 동네를 천천히 걸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평소에는 바쁘게 지나치던 공원을 여유롭게 걸으며 동네 이야기도 나누고 주변 풍경도 다시 바라보게 됐다. 특히 공원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많다 보니 “공원이 정말 잘 조성돼 있다”, “조금만 더 깨끗하게 관리되면 더 좋겠다”는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실제로 공원을 산책하며 쓰레기를 줍고 있으니 지나가던 주민들께서 관심 있게 바라보시거나 가볍게 인사를 건네주시기도 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같은 공간을 이용하는 주민들과 연결돼 있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거창한 봉사활동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사는 지역을 스스로 돌아보고 작은 행동을 실천했다는 점에서 꽤 인상 깊은 시간이었다. 익숙했던 동네를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모습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플로깅을 마친 뒤에는 송현근린공원 바로 옆에 위치한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에도 잠시 들렀다. 박물관에는 과거 동구 주민들의 생활 모습과 골목 풍경이 재현돼 있었는데, 오래된 골목과 생활공간들을 둘러보며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동네의 모습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특히 좁은 골목길과 오래된 주택, 당시 생활용품들이 재현된 공간들을 둘러보며 예전 동구 주민들의 삶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었다. 지금은 익숙한 동네 풍경도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의 삶과 기억이 쌓여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이번 플로깅은 특별한 행사가 있는 하루는 아니었지만, 가족과 함께 동네를 걸으며 지역을 다시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초여름의 송현근린공원을 걸으며 보낸 하루는 평소 익숙하게 지나쳤던 공간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 경험으로 남았다. 평소 가까이 있는 공간일수록 오히려 무심하게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플로깅을 통해 익숙했던 송현근린공원의 풍경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다. 거창한 준비 없이도 산책하듯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지만, 그런 시간이 모이면 우리가 살아가는 동네도 조금씩 더 깨끗하고 따뜻한 공간으로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