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재민 시민기자 · 강화군
고려궁지
강화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수많은 역사와 문화가 온전히 남아있다. 1232 년부터 39년간 몽골의 침략을 피해 고려의 수도로 삼았던 고도(古都)로 남한에서 유일하게 고려의 역사와 문화적 흔적이 남아있는 지역이다. 이 시기에 건립되어 현재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고려궁지를 비롯해, 고려 왕릉 4기(석릉·곤릉·홍릉·가릉)가 있으며, 지난 20여 년간 석릉, 곤릉, 가릉에 대한 발굴 조사가 진행되어 수준 높은 청자와 정교한 금속 공예품이 다수 출토된 바 있다.
그러나 이처럼 방대한 역사 자원을 체계적으로 연구·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강화의 가치가 단편적으로만 소비되고 있다. 과거 왕조의 수도였던 지역으로 서울, 경주, 공주, 부여, 강화 등이 있지만, 이 가운데 국립중앙박물관 산하 지역 분관이 없는 곳은 강화가 유일하다. 또한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국립박물관이 부재하여 고려 역사 연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고려 고종 홍릉
이를 위해 지난 6월에는 인천시의회 윤재상 의원(강화군)이 「국립강화고려박물관 건립 촉구 건의안」을 대표 발의하여 문화체육관광부에 국립박물관 지역 분관 건립과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위한 기본계획 수립을 건의했다.
지난 7월에는 강화군이 개최한 「국립강화고려박물관 건립 필요성 토론회」에서 고려 역사전문가, 문화 행정 분야 관계자,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립강화고려박물관 건립사업의 역사적 타당성,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인천시와 강화군은 오는 10월 31일까지 국립강화고려박물관 유치를 위한 서명 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향후 박물관 건립 건의서와 함께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국립강화고려박물관의 건립은 문화유산을 보존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을 넘어서, 고려 수도였던 강화의 역사적 가치와 위상을 재조명하고, 후세에게 올바른 역사 교육의장을 마련하는 일이다. 동시에 지역 관광 활성화와 연계되어 강화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도록 시민들의 깊은 관심과 적극적인 지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