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수 시민기자 · 계양구
방치된 녹조와 쓰레기
서부간선수로 전경
인천 시민의 소중한 휴식 공간이자 산책로인 서부간선수로가 수년째 해결되지 않는 악취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해야 할 공원은 코를 찌르는 냄새로 외면받고 있으며, 주민들은 하루빨리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거 서부간선수로는 주변 농경지에 물을 공급하는 중요한 농업용 수로였다. 하지만 계양 테크노밸리 등 대규모 도시개발로 농경지가 사라지면서 본래의 기능을 대부분 상실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물의 흐름이 거의 없는 인공 수로는 혐기성 환경이 되어 메탄, 황화수소 등 악취를 유발하는 가스가 발생하고, 여름철 녹조와 날벌레까지 기승을 부려 주민들의 고통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인근 주민 A씨는 "매일 산책을 나오지만, 물이 썩는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 이라며 "몇 년째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데 왜 해결되지 않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관리 주체인 한국농어촌공사와 관할 지자체인 계양구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장마철 인근 하천에서 정화되지 않은 오·우수가 유입되는 것이 문제"라며 지자체의 관로 정비를 원인으로 돌리고, 예산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적극적인 관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반면 계양구는 "서부간선수로는 하천이 아닌 농어촌공사 소유의 시설물이므로 구가 직접 준설 등 공사를 할 권한이 없다"며 "관리 주체인 농어촌공사가 나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양측이 ‘네 탓‘ 공방을 벌이는 사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지난 3월 인천시의회 김종득 의원(계양구2)은 시정질문을 통해 유정복 시장과 관계 공무원에게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물을 지속적으로 흘려보내는 ‘유지용수‘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인천시는 기존 하루 6,900톤이던 유지용수 공급량을 1만 톤까지 확대했으며, 추후 1만 5,000톤 전량이 공급될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지용수 공급 확대 후 물의 흐름이 일부 개선되자, 정체됐던 수로에 활기가 도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유지용수 공급 확대와 주기적인 수초 제거는 악취를 줄일 수 있는 단기적인 해법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의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따라서 인천시는 ‘서부간선수로 친수공간 조성사업 2단계‘를 통해 2026년부터 수로 개선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서부간선수로가 시민들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도심 속 쉼터로 거듭날 수 있도록 관계 기관의 소모적인 책임 공방을 멈추고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실행에 옮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