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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포구 해변과
늘솔길공원을 걷는 즐거움"

박종선 사진

박종선

남동구 논현고잔동 주민

지하철여행

현직에서 물러나 논현고잔동에 정착하면서 내게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마을 둘레길을 찬찬히 걷는 산책. 소래포구 해변을 아내와 나란히 걷던 어느 겨울날, 눈발이 흩날리는 갯벌을 가리켰다. “어라? 다리 다친 도요새가 또 나타났네.” 절룩이며 먹이를 찾는 마도요 주변으로 함박눈이 가득 내린다. 해넘이다리에서 해오름 광장으로 걷는 동안 눈발이 굵어지더니 해변 산책로에 제법 눈이 쌓였다. 새우타워를 지나 꽃게 조형물까지 광장은 온통 하얀 눈밭이다. 머풀러를 두른 연인들은 눈꽃 발자국을 남기고, 주말 나들이에 나선 가족들은 꼬마 눈사람을 만들며 웃음꽃을 피운다. 해오름 광장을 벗어나 수인선 고가교 밑을 지나면 또 하나의 산책 명소, 소래포구전통어시장이 나온다. 우리 마을에서 가장 먼저 봄이 찾아오는 곳이다. 금어기가 끝나는 3월이면 소래포구는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새우와 주꾸미, 꽃게잡이 배들이 포구를 드나들고, 황해 먼바다에서 잡혀 온 광어와 우럭, 주꾸미와 꽃게가 수족관을 가득 채운다. 사방에서 흥정소리가 오가고, 어시장과 난전에는 활기가 넘친다. 덤을 얹고 값을 흥정하는 왁자지껄 시끌벅적한 그 정경에 취해 자꾸 어시장을 찾게 된다. 어시장 북동쪽에 소래습지생태공원이 있다. 갯골을 따라 1.5km 황톳길이 이어지고, 소금교를 건너면 3층 목조건물인 소래습지생태전시관이 길손을 맞는다. 나는 전시관 2층 카페 테라스에서 갈대습지를 내려다보는 것을 좋아한다. 350만㎡에 이르는 드넓은 갈대습지는 서해안을 오가는 철새들의 낙원이다. 공원 초입의 풍차 위로 기러기 떼가 북녘을 향해 날아간다. 갈대숲 사이 구부정한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새소리와 바람 소리만이 곁을 지킨다. 마을에 이런 공원이 있다는 사실이 행운이자 행복이다. 마을 남쪽에는 한여름에 걷기 좋은 늘솔길 공원이 있다. 해넘이다리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남동소래아트홀과 해오름호수를 지나면 초입의 장미원이 눈길을 끈다. 크지는 않지만 오뉴월이면 향기로 동네를 물들인다. 장미가 지고 무더위와 장마가 시작될 즈음이면 연못에 연꽃이 핀다. 맹꽁이 울음소리를 들으며 연못가를 거닐거나 버즘나무 그늘에서 쉬어가기 좋다. 연못을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양떼목장으로 향하면 이를 알아본 양들이 구름처럼 몰려온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공원에 번진다.

우리 마을은 인천의 남동쪽 끝자락에서 경기도 시흥과 맞닿아 있다. 오봉산과 소래습지생태공원을 품고 소래포구와 늘솔길공원을 이웃한 해변 마을. 이곳에 자리 잡은 지도 어느덧 열두 해가 되었다. 오봉산과 듬배산을 잇는 동산길, 소래포구 해변길, 공원을 가로지르는 늘솔길을 걷는 기쁨. 카페 창가에서 갈매기들이 해오름호수에 내려앉는 모습을 바라보며 보내는 느긋한 시간. 마치 조약돌을 줍듯, 나는 오늘도 마을 산책로에서 작은 행복을 하나씩 주워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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