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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아라뱃길,
미완의 물길에서 인천시민의 자랑으로"

박종선 사진

윤선재

인천 부평구 주민

지하철여행

18km의 인공 뱃길 경인 아라뱃길에는 천 년 전 고려 시대부터 이어진, ‘한강과 바다를 잇고 싶다’는 미완의 염원이 흐른다. 그러나 그 뒤에는 수조 원의 조성 비용과 매년 수백억 원의 유지비라는, 이상과 현실의 모순이 함께 얽혀 있다.
멀리서 보면 인천과 서울을 잇는 멋진 운하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막힌 수로와 승객 없는 유람선 한 척, 기대에 한참 못 미친 화물 운송 실적과 불법 주차된 캠핑카 등이 눈에 들어온다. 여전히 홍수 조절이나 물류 기능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채, ‘애물단지 운하’라는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린다. 수질은 4~5등급 수준에 머물고, 대장균 농도는 기준을 넘는다. 죽어 있는 듯한 물 빛은 이곳이 ‘흐름이 멈춘 공간’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위에는 또 다른 풍경이 있다. 계양아라온과 아라마리나, 그리고 길게 이어진 산책로와 자전거길을 따라 시민들은 나들이를 오고, 러닝을 하며, 산책을 즐긴다. 저녁이면 붉게 물든 하늘 아래, 스마트폰을 든 여행자와 삼각대를 펼친 사진가들이 노을을 담는다. 그렇게 경인 아라뱃길은 거대한 인공구조물 위에 놓인 도시의 ‘숨 고르기 공간’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녹록지 않다. 수질오염, 치안 문제가 여전하고, 잔디밭과 쉼터 등 휴게 공간 역시 부족하다. 더불어 고장 난 조명과 같은 사소해 보이지만 치명적인 틈들이 시민의 발길을 멀어지게 한다.

경인 아라뱃길은 단순한 인프라가 아니라, 사람의 발자국이 쌓여야 비로소 살아나는 도시의 물길이다. 이곳이 멈춘 공간으로 남을지, 시민에게 사랑받는 장소로 다시 태어날지는 물의 흐름이 아니라 ‘정책의 흐름’에 달려있다. 우리는 경인 아라뱃길이 애물단지가 아니라, 시민의 산책길이자 놀이터, 마음의 오솔길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 고민해야 한다.
해외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일본 삿포로의 도요하시 강은 한때 오염과 음습함으로 외면받았지만, 수질 개선과 강변 정비를 거쳐 산책로·자전거길·카페가 어우러진 시민 명소로 거듭났다. 프랑스 파리의 생마르탱 운하 또한 숙박·식당·카페·플로팅 바가 어우러진 보행 문화 중심지로 재생되며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두 곳 모두 처음엔 애물단지 물길로 여겨졌지만, 수질·안전·환경을 바로 세우고 일상과 문화, 여가를 흐르게 하면서 다시 살아났다.

경인 아라뱃길에서 바라보는 노을 역시 마찬가지다. 보는 사람에 따라 그것은 퇴락한 국책사업의 잔영일 수도, 도시가 다시 숨 쉬는 기회의 빛일 수도 있다. 이제 경인 아라뱃길은 ‘효율성 없는 뱃길’이 아니라, 시민에게 사랑받는 뱃길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의 흐름보다 먼저, 사람의 마음이 흐를 수 있도록 설계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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