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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나무의 추억

  • 작성자
    인천일보
    작성일
    2008년 8월 5일(화)
  • 조회수
    827


<화요단상>

                            엄나무의 추억





가좌동 원적산 건지 사거리에 300년된 '엄나무'라는 보호수가 있다.

인고(忍苦)의 오랜 세월을 견디어온 모습은 표표히 하늘을 떠받고 있는 그 자태다. 수고가 18m요, 나무둘레가 네 아름쯤이나 되는 걸로 보아 3m넘는 셈이다.

오랜 세월의 풍상을 감내하기 힘들었던지 세 갈래 중 한쪽 부분이 절단되어 있다. 새파랗게 짙은 심장모양의 손바닥만한 잎자루는 연록색잔의 다섯 모양이고 자지레한 열매는 핵과(核果)로 그 껍질과 함께 약용으로 쓰여진다는 속설이다.

어릴 적 보아왔던 우람했던 모습이 초라해 보이기는 하나 나무겹겹이 악어등 같이, 갑옷처럼 굵은 선이 문신처럼 수놓은 고목나무를 보면서 이곳 건지 마을역사와 함께했을 오랜 세월의 흔적을 엄나무는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아침마다 이곳을 지날 때면 한 순간이라도 마음이 숙연해지기도 하다.

내 어릴적 내 기억에 자리하고 있는 단오절의 추억이다. 
 
집집마다 공출 해온 볏 집과 쌀을 건지천에 담궈 두었다.

쌀은 절편이 되고 볏 집은 추수려 솜씨좋은 남정네들의 손길을 통해 새끼 꼬아 만든 줄이 두갈레 동앗줄되어 걸쳐 놓으면 그네줄되어 치마폭의 그네 타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 아니었던가?

그 시절에는 감동과 환희가 있었고, 단오떡이라 하여 수라 치를 넣은 둥근 절편을 나눠 먹던 훈훈한 인심도 있었다.

원적산 계곡의 맑은 물 떠다 창포잎과 뿌리를 우려낸 물로 머리 감고 나면 사귀를 쫓는다 하여 단옷날 때면 아름다운 모발을 뽐내던 여인네들 틈새에 남정네들이 엄나무 밑에서 씨름판을 벌였다.

이제는 빛이 바랜 단오절의 추억도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건지천의 복개한 그 자리에서 수맥(水脈)이 고동치며 돌고 있는 모양이다. 땅 속 깊은 곳에서 뿌리들이 쉬지 않고 빨아 올린 수맥이 수액으로 지금 요동치고 있다.

우리 인체의 심장을 통해 혈관을 타고 흐르듯이 말이다. 혈관이 멈추면 죽음이라 했던가. 한 줄기 바람이 옆에 선 감나무에도 은행나무에도 수액 타고 올라와 잎새를 흔들고 지나간다. 하늘과 땅 우주에서 살아가는 온갖 유정물(有情物)을 언젠가 목숨이 다하여 죽게 되면 흙과 물과 바람으로 돌아간다 했던가.

무심코 오랜 세월 서 있는 고목나무 밑에서 상념에 젖어 본다. 인간이 기도한다는 것도 하나의 자신에 대한 독백이요 다짐일지도 모른다.

문득 20세기 '신비의 시인'으로 불리는 제임스 앨렌의 생각의 지혜가 생각난다.

사람의 마음은 정원과 같아서 지혜롭게 가꿀 수 있고 거친 들판처럼 버려 둘 수도 있다.

유용한 씨앗을 뿌리지 않는다면 어디선가 쓸모 없는 잡초 씨가 날아와 무성하게 자라게 되는 것이다. 정원의 잡초는 뽑아 버리고 원하는 꽃과 과실수를 심고 키우는 것처럼, 사람은 '마음의 정원'에서 그릇되고 쓸데없는 불순한 생각을 버리고, 옳고 순수한 생각들의 꽃과 열매를 가꾸어 갈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마음 밭에 뿌려지거나 떨어져 뿌리를 내린 씨앗들은 모두 행동으로 꽃을 피우고 기회와 상항이라는 열매를 맺는다 했지 않았던가.

좋은 생각은 좋은 열매를 맺고 나쁜 생각은 나쁜 열매를 맺는다는 진리 앞에서 위선의 갑옷을 하나 하나 벗어봐야겠다.

하찮은 나비의 날개 짓에서도 나의 육신의 흔적이 엿보인다. 갇힌 내 자신을 풀어주고 열어줘야겠다.

내 심혼 깊숙하게 자리한 또 하나의 나에게 내 몫의 삶을 반추해야겠다. 거목 밑에 발을 멈추고 서서 거목의 여유며 덕이며 추억이며 마음 밭에 뿌리고 가꾼 생각을 조용히 헤아려 본다.

어느덧 엄나무는 내 앞에 거룩한 모습으로 다가서고 있다.
 
/박승희 인천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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