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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승복

  • 작성자
    -
    작성일
    2007년 5월 28일(월)
  • 조회수
    411

아름다운 승복
(중부일보 중부단상 2007.5.28)


 초등학교시절에 레슬링이 국민적 인기를 끌었던 기억이 나면서, 당시의 천규덕 선수, 일본의 이노끼 선수, 또는 수염이 텁수룩하고 체구가 작았던 이름 모를 선수 등이 떠오른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레슬링이 시들해지면서, 권투가 각광을 받기 시작을 하고, 홍수환 선수가 그 정점에 서서 카라스키야를 때려뉘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기만 하다.

한동안 세상일에 바삐 지내다보니 어느 틈엔가 권투 또한 시들해지면서, K-1인가 뭔가 하는 게임이 나와서는 발로 차고 무릎으로 찍고 하길래, 케이블 TV에서 보여주는 정도의 경기로만 생각을 했는데, 씨름선수 최홍만이 제법 승부의 흥미를 보태주면서 한창 새로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듯하다.

스포츠도 시대적 요구가 있는 것인가 - 주먹으로 치고 발로 내지르는 K-1이라는 게임도 직성에 안 차는지 아예 뉘어놓고 짓이겨서 항복할 때까지 피투성이를 만들어 버리는 프라이드라고 하는 시합까지 등장하고 보니, 자못 인간의 본성에 섬뜩함이 느껴지기까지 한다고나 할까.

그런데 참으로 묘한 것이, TV채널을 이리 저리 돌리다가 이 잔인한 게임이 나오기만 하면 천하가 두 쪽이 나든 말든 채널을 고정시킨 채 넋을 놓고 관전하는 습관이 새로 생겼으니, 도무지 이해가 안 가면서도 기분이 좋고 신나는 것은, 그 안에 나를 흥분시키는 기가 막힌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 경기를 하는 선수들의 면면이나 혹은 상금 혹은 경기규칙조차 나는 잘 알지를 못하지만, 눈이 찢어지든 말든 코뼈가 부러지든 말든 인정사정없이 갈겨대는 발길질에 피떡이 되도록 얻어맞고도, 게임에 지고 나면 승자를 끌어안고 이겨서 축하한다며 등을 두드려 주는 그 어이없는(?) 사나이다움에 나는 숨이 막히도록 감사한 희열을 느끼곤 하는 것이다.

느닷없는 돌려차기 한 방에 나가 떨어지면서도 억울해 하지 않고, 고통스러운 옆구리를 얄밉도록 집중적으로 얻어맞아도 투덜대는 일 하나 없이, 그저 휘슬 하나에 그 처절했던 과정을 훌훌 던져버리고 승자를 향해 웃음을 보이는 그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난 멋있다고 생각하기 전에 정말이지 전율을 느끼는 것이다.

어찌, 사람이 살면서 승자가 되고 싶지 않겠는가. 또, 어찌 사람이 살아가면서 승자만 될 수가 있겠는가. 이런 저런 생각이 교차하면서, 단 한 번도 패자가 분노하는 것을 보지 못했던 프라이드라는 경기는 재미라는 차원을 떠나서 감히 경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의 최고 지도자를 뽑는 게임이 레이스에 들어가고 있다. 선출직 의원으로서 여러 차례 경선을 치러본 경험을 가진 필자로서는, 누가 당선의 영광을 누리는가보다 그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할지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후보들이야 숨 한 번 크게 몰아쉬고 칩거에 들어가면 간단할 수도 있다지만, 후보들을 둘러싼 그 모든 세력들은 철저히 양분되어, 평생을 죽일 놈 살릴 놈 해대며 편가르기를 해댈 판이니, 아무렴 소심한 나만의 기우이기를 바랄 일만도 아닌 것이다.

어디 세상일을 무 자르듯 간단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마는, 진 자가 졌다 할 때 세상은 더 아름다워지고, 진 자의 찢어진 얼굴에 미소가 흐를 때에 세상은 더더욱 감동하지 않겠는가. 시의원 그만두고 프라이드 선수가 되기에는 내 나이가 너무 늦었을라나?

강석봉/인천시의회 산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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